[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최근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늘어나며 발행어음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당사업은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들만 가능한 사업으로 현재 발행어음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세 곳이다. 이들의 뒤를 이을 ‘4호 발행어음 사업 증권사’가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을 제외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 5곳이다.
업계는 이 중 미래에셋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의 뒤를 이어 ‘4·5호 발행어음사업 증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발행어음이란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 200% 내에서 발행하는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을 뜻한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을 자금 조달 등 여러 사업에 활용한다.
업계는 5개 증권사 중에서도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4호 발행어음사업 증권사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한다. 이미 지난 4일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발행어음사업 안건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안건이 최종적으로 통과돼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는 내일에서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의사운영 담당자는 “내일(12일) 금융위 정례회의에 미래에셋증권 관련 안건이 상정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12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미래에셋증권은 ‘4호 발행어음사업 증권사’가 된다.
다음으로 가능성이 큰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불렸고 IB(투자은행)부서를 통합하는 등 초대형 IB에 다가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신임대표가 취임식 때 “초대형 IB로서 다음 단계의 도약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1조2000억원과 5000억원을 유상증자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 결과 지난 3월 기준 자기자본을 4조4000억원까지 늘렸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어 이 대표가 취임한지 한 달 만인 지난달 22일 4999억원을 추가로 유상증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4조9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일 기존 두 개였던 IB1, IB2그룹을 IB그룹으로 통합했다. 몸집을 불린 만큼 IB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현재 회사 차원에서 발행어음사업에 관심이 있다”면서도 “정확히 언제 해당 사업을 신청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외에 발행어음사업을 신청할 자격이 되는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중에서는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하고는 해당 사업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금융투자는 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가 라임사모펀드 관련 ‘경징계’를 받으며 해당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은 신청업체의 대주주가 적격성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되면 사업 진출 관련 심사를 보류한다.
신한금융투자는 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가 ‘중징계’가 아닌 ‘경징계’를 받음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소됐고 해당 사업 심사를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취재 결과 아직은 사업신청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관심은 있지만 아직 신청 준비 중”이라며 “현재까지 정확히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신한금융투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그룹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불법승계 의혹’ 재판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증권이 해당 사업에 관심이 있어도 이 부회장의 재판이 모두 끝나기 전까지는 사업 허가 신청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리츠증권은 해당 사업과 관련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사업 관련 결정은 경영진들이 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전달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집중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다고 해서 발행어음사업을 모두 신청하지는 않는다”며 “만약 회사차원에서 해당 사업에 메리트가 크다고 판단하면 알아서 신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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