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도요도미 히데요시, 이도 히로부미, 그리고 아베 신조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7.04 15:38 의견 3
 

[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4일부터 발효된 일본정부의 스마트폰·반도체·TV 핵심 소재인 3개 품목의 수출규제는 강제징용과 전쟁위안부들의 배상책임을 묻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다. 아니라고 잡아떼는 일본정부의 거짓말은 일본 관료의 말로 확인되었다.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도 ‘G20 정상회의’ 때까지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경제 산업상이 금수조치를 발표한 날 경제 산업성 관료의 배경설명에서 나온 말이다.   

결국 일본은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처럼 사법부 재판에 개입하지 않아서 화가 났고 그래서 보복했다는 말이다. 이는 그야말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복하는 적반하장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월 2심에서 한국이 승소한 후쿠시마(福島)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재판도 그렇다. 수입금지 조치는 중국과 대만도 같이 했는데 일본은 한국만 걸어 제소했다. 만만한 한국을 상대로 승소한 판례를 가지고 중국과 대만도 제소한다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이 건 역시 박근혜 정부가 사건을 방치해 1심에서 패소했다. 다행히 2심은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해 승소했더니 일본은 넙치(광어)와 조개류 등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검역 조치를 강화했다. 바다를 오염시킨 장본인이 인근수역에서 나는 수산물을 안 먹겠다니까 제소하고 패소하니까 보복의 칼을 꺼낸 사례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다. 지난 4월 26일 워싱턴 미, 일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왜 한국은 한·미·일 공조에 소극적인가”라고 물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의 공개로 알려진 후일담이다. 그 때 아베 총리가 뭐라고 설명했을까? 정확한 것은 알 길이 없지만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일본은 한반도 통일은 물론 평화도 절대 바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국이 일본보다 한국과 더 가까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이번에 일본정부의 조치를 다시 살펴보면 뜻밖의 내용이 보인다. 우선 수출금지로 묶은 3개 품목의 선정이 절묘하다. 한국경제에 타격이 가장 큰 IT 관련 제품인데다 경제 산업성 관계자의 브리핑에서 “규제 대상인 3개 품목의 군용 용도를 주시 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 관료는 부연해서 이 제품들이 “한국에서 최종 수요자에게 전달되는지, 민생용으로 제대로 쓰이는지 다른 용도나 제3자에게 전달되는지 면밀히 챙기겠다”고도 했다. 이 말을 확대해석하면 일본안보 차원에서 우리를 ‘못 믿을 나라’로 본다는 뜻이다. 아마도 지난 연말 일본 초계기에 우리 군함의 레이더 조준 논란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또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중국과 연해있는 지정학적인 이유로 일본에 비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계를 파고드는 전략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물었다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인데 아베 총리가 뭐라고 쏘삭거렸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미국은 한국·일본과의 3자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한국의 한 언론사의 질문에 대한 미 국무부의 원론적인 대답이다. 사실 이번 사태를 가장 빨리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일본의 금수조치로 미국의 애플사가 입는 피해도 있으니 트럼프가 나설 국내적 명분도 있다. 그리고 나서기만 하면 약효는 가장 확실한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 공짜 없는 법, 트럼프가 일을 잘 마무리해 주면서 한국에 인도 태평양 전략의 동참, 화웨이 단절 등을 넌지시 종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에게 또 한 건 한셈이 된다. 어쩌면 아베는 트럼프의 아바타였는지도 모른다.  

국제사회는 힘으로만 통한다. 그리고 철저하게 국익 우선이다. 일본이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20년 전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을 때 돕지는 못 할망정 부채질해서 기어이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로 가도록 한 나라다. 아베 신조(安倍晉三)의 얼굴 위에 도요도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이도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이름이 겹쳐지는 이즈음이다.

또 당하지 않으려면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외교부는 반성문을 길게 써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오도록 아무 낌새도 차리지 못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주일 대사관을 비롯한 외교부에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친한파 하또야마 전 총리가 통탄 하는 게 있다. 5월 1일 일본의 새 국왕이 즉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전을 보냈다. 그런데 하필 그 날 한국에서 대법원 확정판결에 의한 재산환수 절차 개시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나갔다. 축전을 말든지 남의 집 잔치에 내용증명을 보내지 말든지, 사법부 판결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일본도 이해한다. 그런데 재산환수 절차 개시일 정도는 조정할 수 있지 않은가? 하토야마 총리의 한탄이다. 이 또한 외교부가 질책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 

두 나라 사이가 나쁠 때는 고위 관료나 지도자는 자극적인 발언을 삼가는 것이 외교상의 지혜다. 주워 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학자나 민간 지도자가 그 역할을 맡는다. 다행히 사과로 수습됐지만 “일본 천황이 와서 사과해야 한다” 등의 발언이 좋은 예다.    

우리나라는 산업과 통상으로 오늘의 국가 경쟁력을 실현한 나라다. 사태 수습과 함께 통상 외교 전반에서 체계적인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여, 야 없이 국익중심으로 말하고 행동할 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