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실적 부진의 터널을 지나는 엔씨소프트가 올해 반등을 위한 활로 탐색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상반기 일시적인 모멘텀 공백을 버틴 이후 하반기 주요 신작 출시를 통해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자체 개발 대신 퍼블리싱 비중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있는만큼 관련 역량을 갖추는 것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엔씨소프트가 퍼블리싱 사업을 본격화한다. (자료=엔씨소프트)
1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1분기 매출 3673억원과 영업이익 85억원 등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7.68% 감소하나 영업이익은 1개 분기 만에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다.
흑자전환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관련해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초 엔씨소프트의 장기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리니지’ IP 활용 모바일 게임의 매출 하향세와 주요 신작 공백 및 흥행 부진 등으로 실적 회복에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리니지M’을 비롯한 주요작의 매출이 안정화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현대차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모바일 리니지 3종은 QoQ 매출 감소 없이 비슷한 규모로 전망된다”며 “특히 ‘리니지M’은 업데이트가 있었던 3월에 다시 매출 1위로 복귀했고 지난해 하반기 격상된 트래픽이 잘 유지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봤다.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반등에 필요한 요건으로 신작의 흥행을 꼽는 상황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상반기 일정은 ‘블레이드 & 소울2’ 중국 출시와 ‘리니지2M’ 동남아 출시 등 서비스 권역 확장이 주를 이룬다.
회사의 주요 신작 출시 일정은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신작 5종 중 자체 개발작은 ‘아이온2’와 ‘LLL’ 및 기존 IP 스핀오프작 등 3종이다. 여기에 빅게임스튜디오의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와 미스틸 게임즈의 ‘타임 테이커스’ 등 퍼블리싱작 2종도 연내 출시를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해 전략적 투자를 통해 판권을 확보한 작품들로 이를 통해 서브컬처와 대전 슈팅 등 비MMORPG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속내다.
특히 관련업계에서는 회사의 퍼블리싱 역량을 관건으로 꼽는 분위기다. 그간 개발사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해 왔기에 ‘퍼블리셔’로서의 인상은 다소 약하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금까지 엔씨소프트는 자체개발 측면에서는 걸출한 히트작을 배출했지만 퍼블리싱에서는 상대적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때문에 외부 개발사와의 협업 역량을 입증하는 것이 숙제로 지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엔씨소프트가 자체 개발작만 선보였던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퍼블리싱작의 비중이 약하다는 인상이 강했다”며 “퍼블리싱 역량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아있는 만큼 이 부분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과제”라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이를 보강하기 위해 전열 정비를 단행했다. 해외 자회사 인력을 보강하고 개발사 특성에 맞춰 장르별 전문 퍼블리싱 전략을 매칭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글로벌 마케팅 및 슈팅 장르 퍼블리싱에 대한 추가 인력보강 계획도 세웠다. 또한 서브컬처·슈팅·액션 RPG 장르를 중심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인 600~7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