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이 1년여간의 경영권 분쟁을 마치고 글로벌 빅파마 도약에 시동을 건다. 그간 신약개발 명가로 이름을 알려왔던만큼 한미약품그룹의 새로운 도전에 쏠린 시선이 많다. <편집자주>
한미약품이 1년여간 이어 온 경영권 분쟁을 마치고 머크식 선진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한다.(자료=한미약품)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새 국면을 맞는다. 1년여간 이어 온 경영권 분쟁을 마치고 머크식 선진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라데팡스 등 4자 연합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송영숙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을 사임하고 대주주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전문경영인을 지원하고 관리 감독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송영숙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온 4자연합의 1차적 역할은 모두 완수했다”며 “한미의 도전과 헌신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대표는 김재교 부회장이 맡는다. 김재교 신임 대표는 1990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30년간 경영기획, 글로벌전략, 인수합병, 기술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2021년 투자 업계로 전향해 바이오벤처 발굴 및 육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박재현 사장이 이끈다. 박재현 사장은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30년 이상 한미약품에 근무하며, 의약품 연구개발, 품질관리, 생산총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이사는 “창업주 임성기 회장께서 일평생 가꿔온 한미의 정신을 받들어 R&D 한미 명성을 되찾는 일에 집중하겠다”며 “우선 과제로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구성원 모두 한마음으로 혁신하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신임대표(자료=한미사이언스)
■ 비 온 뒤 땅 굳는다..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 시동
가족간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분쟁에서 시작된 경영권 갈등은 임종윤·임종훈 이사 형제 측과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라데팡스 등 4자 연합간 경영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1년여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이 선진형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을 위한 성장통이 됐다는 분석이다.
4자 연합의 승리로 그간 강조해온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가 본격 막을 올린다.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가 언급된 시기는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4자 연합은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한국형 선진 경영 체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특별결의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한다고 밝혔다.
머크는 독일의 약방에서 시작해 세계 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이다. 350여년간 가족이 경영을 이끌어온 기업으로 전세계적으로 선진형 거버넌스 사례로 꼽힌다.
4자 연합이 강조한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는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주도적으로 수행하되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형태다. 이는 경영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사회는 독립적인 구성원들로 구성돼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보호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주현 부회장, 김재교 대표이사(부회장), 심병화 부사장(CFO), 김성훈 전무 등 4명, 사외이사는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김영훈 전 서울고법 판사, 신용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 3명으로, 기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등과 함께 총 10명의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자료=연합뉴스)
■ 신동국 회장, 한국식 전문경영인 체제 안착 키맨 될까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종식의 키맨으로 단연 신동국 회장이 꼽힌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故임성기 회장의 오랜 친구로서 한미약품그룹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는 가족간 화합을 위해 1600억원 규모 사재를 출연해 4자 연합 지분 확보를 이끈 1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이번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에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해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김재교 부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선임에도 힘을 실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 분쟁의 주요 변곡점마다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며 “신 회장의 지지와 지원은 한미약품이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글로벌 제약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