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뤄진 ‘붉은사막’ 디데이..펄어비스, 모멘텀 공백 장기화 우려
시장 예상보다 늦은 출시 일정..주가 약세
사업적 판단 해석..기존작 ‘버티기’ 길어져
변동휘 기자
승인
2024.12.16 11:43
의견
0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펄어비스의 기대작 ‘붉은사막’ 출시 일정이 시장의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파장이 이는 모습이다. 일정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대작과의 경쟁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모멘텀 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펄어비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3일 ‘더 게임 어워드 2024’에서 ‘붉은사막’의 2025년 출시 예고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암벽 등반과 활강 등의 환경 상호작용을 비롯해 요리 등 오픈월드 탐험 요소들을 공개하며 호응을 이끌었다.
문제는 일정이었다. 당초 게임의 정식 출시일을 공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25년 하반기’라는 다소 애매한 문구만이 공개된 것이다. 관련해 회사 측은 내년 4분기에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로 출시 일정이 잡힐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보수적 관점으로 추산해도 3분기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측에서도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언급했으며 국내외 게임쇼 출품 등 마케팅 강도를 높여왔다는 점이 그 근거였다.
예상보다 다소 늦은 일정을 발표한 것은 개발 과정에서의 문제가 아닌 사업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관련해 내년 가을 출시가 예정된 ‘GTA6’ 등 글로벌 유명 프랜차이즈와의 고강도 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바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은 다소 부정적인 포인트다. 신규 트레일러 공개 직후 펄어비스의 주가는 급락해 전일 대비 14.25% 하락한 3만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첫 거래일인 16일 오전에도 5%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펄어비스의 신작 출시 타임라인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해 키움증권 김진구 연구원은 16일 ‘도깨비’의 예상 출시 시점도 2026년 3분기에서 2027년 2분기로 조정했으며 ‘붉은사막’의 멀티플레이 DLC 역시 2027년 4분기로 설정했다. 개발이 마무리 단계라 하더라도 사업적 판단 등 특수 변수에 따른 출시 시차를 고려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연구원은 “추가 변수가 발생하면 ‘붉은사막’ 성과 귀속 회계연도가 내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도 염두할 필요가 존재하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출시 타임라인이 최소 월단위 이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초기 판매 이후 게임성에 따른 매출 지속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2026년 영업이익이 단절 구간에 놓여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정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게임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훼손되지는 않았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국내외 게임쇼에서 시연빌드를 공개해 트리플A급 게임 개발 역량을 충분히 증명했기 때문이다.
더 큰 우려는 펄어비스의 모멘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당초 ‘붉은사막’은 2021년 출시가 예상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추가적인 개발 등을 거치며 2025년까지 지연된 상태다. ‘검은사막’ PC 및 모바일과 자회사 CCP게임즈의 ‘이브 온라인’ 등으로 공백기를 메웠지만 점차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펄어비스는 지난해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1분기 소폭 흑자를 제외하면 적자가 이어지는 중이다. ‘검은사막’의 신규 콘텐츠 ‘아침의 나라: 서울’로 반등을 꾀했지만 출시된 지 10년이 된 게임인 만큼 하향세를 막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10주년 기념 ‘검은사막 페스타’를 통해 신규 클래스 ‘데드아이’를 공개하는 등 반등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얼마나 효과를 볼지가 관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역량이 검증된 개발사인 데다 국내외 게임쇼에서의 시연 반응도 좋았던 만큼 출시 일정이 예상보다 늦더라도 흥행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할 것”이라며 “다만 신규 모멘텀이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기존작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점에서 어깨가 더 무거워진 상태라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