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전에 포스코 없는 이유..유찰론 속 '영구채 불확실성' 해소 목소리
동원·하림·LX 부족한 자금·영구채 부담 겹쳐
강석훈 산은 회장 "적격자 없다면 매각 이유 없어"
"영구채 불확실성이 포스코 등 대기업 참전 막아"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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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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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을 품을 덩치 큰 기업의 부재로 최대 주주 KDB산업은행의 '연내 매각' 목표가 안갯속에 빠졌다.
동원·하림·LX그룹 등 인수 후보군이 수조원의 몸값을 감당하기 힘들 뿐더러 산은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부담을 높인 게 유찰 가능성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머지 영구채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본입찰이 다음 달 24일 진행된다. 하림과 동원, LX가 각각 자문사를 선정해 인수 실사에 돌입한 상태다.
인수 금액이 최소 5조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사는 자금 확보에 분주하다.
우선 LX는 현재 2조5000억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 최근 계열사 직원들이 포함된 테스크포스를 신설해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하림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해운사인 팬오션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투자수익 확보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인수 자금 마련책이라는 시각이 많다.
동원의 현금성 자산은 6000억원 가량에 그친다. 서울 서초구 빌딩 등 부동산 매각과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자금 동원 방법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들 기업이 부족한 자금력으로 '보아뱀 M&A'를 성사시킨다 해도 향후 장기적인 재무 사정에 무리가 갈 여지가 크다며 지속경영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더욱이 채권단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각 절차 개시 때 밝힌 1조원가량의 영구전환사채 주식 전환을 이달 20일 실행했다. 인수를 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할 현금이 더 늘어난 것이다. 남은 영구채(1조7000억원)마저 주식 전환하면 인수 금액은 최대 10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은 지난 18일 HMM 매각 토론회에서 "영구채를 어떻게 할 건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이런 불확실성으로 현대글로비스나 포스코, 롯데, CJ 등 충분히 경영할 만한 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강석훈 산은 회장은 전날(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가격 문제로 매각이 유찰될 경우 이런 제약들로부터 자유로운 대기업이 HMM을 사들일 수 있도록 영구채 불확실성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 전환으로 지분 비율을 크게 늘릴 경우 몸값은 배로 뛸 수 있고 매각 흥행 여부에도 의문부호가 붙을 것"이라며 "이번 본입찰에서 영구채 전환이 매각에 걸림돌이 된다면 내년 매각 공고에서는 남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전제를 두는 등 변화를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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