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나도 데이터 분산 안한 카카오..시스템 투자 않고 외형만 키워

이상훈 기자 승인 2022.10.17 15:58 의견 0
2012년 카카오팀이 공지한 내용. 카카오톡 유료화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자료=카카오]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카카오톡은 유료화를 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카카오톡에 광고 넣을 공간도 없고, 쿨하지도 않고, 이쁘지도 않습니다. 카카오팀이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습니다.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앞으로도 서비스 계속 잘 이용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이 가장 소중한 무형의 자산입니다."

10년 전인 2012년 카카오팀이 2.9.6버전을 업데이트하며 올린 공지글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해당 공지와 달리 2019년 비즈보드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신저 안에 배너광고를 넣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기존 채팅방 1개 크기의 비즈보드 광고보다 2배 큰 동영상 광고 '익스팬더블 동영상 광고'를 시범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의 말처럼 쿨하지 않고, 이쁘지도 않은 메신저가 된 셈이다.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문어발식 확장을 한 카카오는 지난 2016년 공정위 집계 자산총액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서며 대기업 집단에 지정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을 상장시키며 계열사를 포함한 카카오의 자산총액을 크게 부풀렸다.


17일 오전 9시 기준 카카오 서비스 복구상황.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48시간이 지난 17일 오후 4시까지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되지 않았다. [자료=카카오]

그런 카카오지만 카카오 서비스의 핵심이자 상징인 카카오톡 메신저는 이용자들의 신뢰를 철처히 저버렸다.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3일째 서비스가 정상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15일 오후 3시 30분쯤부터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16일 새벽 1시쯤 모바일 버전의 메시지 송수신이 복구됐다. 카카오톡의 PC버전은 16일 오전 10시 30분경부터 로그인이 가능했다.

조금씩 시스템이 정상화되고 있지만 아직 택시 호출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카카오T 택시기사와 내비 앱도 일부 기사들과 이용자만 접속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과 카카오 서비스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소상공인들과 기업 회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문제는 10년 전에도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전력장애가 일어나 주말 수 시간 동안 카카오톡 서비스가 스톱됐다는 점이다. 전국민의 97% 이상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데이터가 한 곳에 보관돼 있고, 그 곳에 문제가 생기자 모든 메신저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10년 전 그와 같은 사태를 겪었고, 2018년 KT 아현지사의 화재로 해당 지역의 통신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 이원화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데이터를 분할 백업했다면 빠른 조치가 가능했을 텐데 대기업이 되고, 계열사만 130여 곳이 넘도록 성장하는 동안 이용자의 데이터 보호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직접 자체 IDC를 짓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산 운용하는 네이버와 맞물리며 더욱 카카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네이버는 메인 서비스 서버를 춘천에 있는 자체 데이터센터 '각'에 두고 있으며 일부 서비스 서버를 판교 등에 분산 저장하고 있다. 따라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네이버도 피해를 입었지만 네이버는 빠른 복구가 가능했다.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고 외형만을 키워온 카카오의 이번 참사는 인재(人災)로 볼 수 있다. 비단 이번 사건과 10년 전 사건이 아니더라도 카카오톡은 매년 2~3회씩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해왔다. '국민 메신저'라는 명색이 초라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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