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發 자제 당부도 소용없나..식품업계, 하반기 가공식품 물가 ‘고공행진’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9.29 15:13 의견 0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식용품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연일 오르는 식품 가격에 장바구니 사정이 나날이 팍팍해지고 있다. 국제적인 고물가로 국민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지만 식품 가격은 끝을 모르고 인상되는 추세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경고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들어 식품 물가안정을 위해 식품기업과 점검 및 소통 차원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식품기업 임원진과 마련한 간담회에서 물가안정을 위한 식품기업의 상생 노력 및 협력을 주문했다.

농식품부 측은 “전 세계적인 유가 및 곡물가격 안정과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는 상황에서 가공식품 물가는 여전히 7~8%대 높은 상승세를 지속 중”이라며 “최근 일부 업체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여타 업체의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편승 인상으로 연결될 경우 민생 부담을 가중시키고 물가안정 기조의 안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식품업계에서는 추석 이후 가격 릴레이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 서민식품인 라면부터 김치·장류 등 반찬 식재료, 과자 및 파이 등 스낵까지 오르지 않는 가공식품이 없을 지경이다.

통상 식품업계는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도 잇따라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분위기에 따라 올해도 식품별 가격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가공식품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자가뿐 아니라 식당·카페 등 업체에 납품하는 공급가 등도 올라 외식 물가도 덩달아 들썩인다. 점심 식사 가격이 오르는 ‘런치플레이션’에 밖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학생 등이 도시락·샌드위치 등 저렴하고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문화도 등장했다. 마트·편의점의 ‘반값’ 열풍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고물가로 어려운 시기에 식품업계는 대체로 전년 대비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물가 안정에 협력해달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6개 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 비율이자 영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전년 수준인 5.2%를 유지했다.

농식품부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5~6월 최고점 이후 하락 전환했고 환율 부담이 있으나 4분기 이후 원자재비 부담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의 밀가루 가격안정 지원사업, 식품원료 2023년 할당관세 연장 검토 등 비용부담 완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인 만큼 업계 차원에서도 경영효율화 등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당부에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국내 식품업계는 밀·옥수수 등 곡물을 포함해 대두·유지류 등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난과 달러 강세 등에 따라 국제 시세가 움직이는 요즘 상황에는 원자재 가격 급락에 식품기업의 손익이 달린 셈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의 경우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해 수익 방어에 성공했다”며 하반기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통상 국제 선물 가격 등 원자재 가격에 변동이 생기면 3~6개월 후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 초부터 오른 원자재 가격이 이제부터 적용되면서 가격 인상 압박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품은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인상폭이 크지 않고 식품기업의 영업이익 규모 자체도 다른 산업군과 비교하면 작지만 국민의 생활 물가와 관련이 깊은 만큼 정부 차원의 압박이 있는 것 같다”며 “사실상 정부가 나서서 압박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소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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