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한미약품 독자경영 선언에 박재현 사장 직위 강등

서재필 기자 승인 2024.08.29 15:13 의견 0

(왼쪽부터)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자료=한미그룹)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미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포하며 박재현 사장 중심으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별개의 독자경영을 선언했지만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박 사장을 전무로 강등하고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이에 한미약품도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직위 강등과 관련 위법 소지가 있다”며 맞불을 놨다.

박재현 한미약품 사장은 송영숙 회장 측 인물로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표대결을 예고했던 당시 송 회장이 직접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앞서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신 회장으로 구성된 대주주 3인 연합은 지난달 29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차지한 형제에 맞서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 3인을 선임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임시주총이 불발되자 대주주단 3인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을 선포하면서 박재현 사장을 중심으로 한미약품을 한미사이언스에서 독립시켜 독자경영을 펼치겠다고 선포했고 이에 반발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박재현 사장을 전무로 강등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대주주연합의 임시주총 청구는 명분도 없고 가결 가능성이 낮음에도 모호한 사유로 이사 수를 늘리자는 정관 변경안을 포함시켰다”며 “이사 후보자도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시주총 소집 청구서부터 발송한 의도를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7일에는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대해 “신동국 등 주주들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투자유치 방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미약품 측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을 선언한 박재현 대표의 사장 직위를 전무로 강등한 건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대표권 남용의 사례”라며 반박하고 있다.

그동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일부 업무를 대행하며 계열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았고 계열사 대표가 이를 독립화시켜 별도 조직을 만드는 건 법적으로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 같은 경영방침을 지주회사 대표에 대한 항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고 전문경영인 체제의 독립성 강화가 왜 강등의 사유가 되는지 여부조차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시주총과 이사회 의결없이 진행된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 선포와 지주사의 무분별한 인사발령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주주간 경영권 다툼이 최근 호실적을 내고 있는 한미약품의 가치를 훼손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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