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간판' TV사업 흔들린다..조주완 사장 '아픈 손가락' 되나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8.22 07:00 의견 1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자료=LG전자]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LG전자의 간판제품인 TV가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해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지난해 11월 조주완 사장이 LG전자 CEO 직을 맡은 이후 주방·생활가전 분야의 실적이 상당히 좋았던 만큼 LG전자 대표 수익사업이던 TV에서의 손실은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2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 TV 제조업체다. 특히 고가·프리미엄 TV로 분류되는 OLED TV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40%대에 달한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2015년 1분기 62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이후 27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적자로 전환된 것은 치명적이라는 반응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콘텐츠 시청 시간이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 TV 시청 시간은 전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TV 시청시간의 감소는 자연스레 TV 수요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업체 간 경쟁은 더더욱 심화돼 마케팅 비용은 되려 증가하는 2중고에 놓이게 됐다.

7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LG전자 TV는 삼성전자의 OLED TV 판매, 글로벌 TV 경쟁 심화 등의 요소들로 인해 하반기에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자료=LG전자]

LG전자로서는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개최되는 2022년 월드컵과 뒤이은 블랙프라이데 등 글로벌 가전 성수기에 마케팅을 집중해 판매량 상승을 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부터 삼성전자도 퀀텀닷(QD) 기반 OLED TV를 북미 등 해외 시장에 출시하고 있는 만큼 OLED TV의 독점적 지위도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의 연간 공급량은 100만대가량으로 알려졌다. 이 중 대부분이 삼성전자에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의 OLED TV 판매량은 단숨에 LG전자와 소니의 뒤를 이어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OLED TV의 선전은 곧 LG전자 OLED TV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조 사장이 전장사업에 강한 애정을 보이고 그와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TV 사업부 입장에서는 아쉬운 행보일 수 있다. 조 사장은 CEO 부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소재 차량용 조명 자회사인 ZKW를 방문해 제품 수주 현황 등을 점검했다. 또 올 6월에는 신임 CEO가 된 빌헬름 슈테거 사장을 면접하기도 했다.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조 사장은 그간 독일지사, 미국 법인장, 북미지역 대표 등을 거치며 35년 재직기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좋게 말하면 글로벌 비즈니스에 적합한 커리어지만 LG전자가 전통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사업부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는 않았다.

조 사장은 6월 30일 열린 SM엔터테인먼트와의 홈피트니스 분야 합작법인인 '피트니스 캔디(Fitness Candy)' 출범식에 직접 참여해 사업 비전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CEO가 직접 합작법인 출범식에 연사로 나서는 등 열정을 보인 것은 좋지만 LG전자의 효자 사업인 TV를 담당하는 HE 사업본부에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조 사장은 이전 외부 행사에서 "고객의 취향이 날로 변해가는 시대에 LG전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최고의, 독특한, 그리고 전에 없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에 있던 경험'을 유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좀 더 오랫동안 조 사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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