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하도급 공사'가 불러온 갈등..침묵하는 신세계건설 '상생경영' 어디에

송정은 기자 승인 2022.02.22 06:41 의견 0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건설현장에서 암암리에 만연하고 있는 '재하도급' 공사로 인한 하도급 업체의 피해가 늘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9월 경기도 광주시 '오포 물류센터' 시공을 맡은 신세계건설은 3단계에 걸친 하도급 공사로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포 물류센터 공사 과정에서 가장 아래 단계에 위치한 하청업체는 상도급 업체의 부당한 계약해지와 이로 인한 공사 대금 미지급으로 금전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오포 물류센터 공사현장에서 외장공사를 담당한 시간과 공간 건축의 신모 대표는 "건설 중 유선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상도급업체와 재재하도급이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원청업체인 신세계건설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신 대표는 제보를 통해 현재 4억원에 달하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 중 계약해지를 당해 회사가 존폐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시공사인 신세계건설의 현장 일을 벽산이 많이 해왔고 그 벽산의 일을 SM건설이라는 회사가 또 맡아서 하는 구조가 있었다"며 "SM건설의 황 모 대표는 자신이 주로 담당하던 하도급 공사일을 마무리하고 전문 시행사로서 전환을 준비하면서 이전에 행해온 하도급 일을 담당할 업체를 찾던 중 본인을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2019년 SM건설이 수주한 남양주 H아울렛 시공을 시간과 공간 건축 쪽에 의뢰한 것을 계기로 황 대표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다른 공사도 담당하면서 관계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시간과 공간 건축 측은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SM건설로부터 '오포 물류센터' 신축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원청업체인 신세계건설의 하도급 업체인 벽산은 자재업체 선정과 수급 등을 담당했으며 벽산의 하도급 업체인 SM건설은 현장 공사를 진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벽산과 SM건설 측은 이를 일괄적으로 진행할 업체로 시간과 공간 건축을 선정했으며 시간과 공간 건축은 지난해 3월 21일부터 현장소장 등 직원을 배치시키는 등 사전작업을 상도급업체들과 논의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 건축측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벽산 측이 자재 수급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파열음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벽산은 물품의 공급은 물론 원자재인 코일 등의 수급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시공만 책임지는 당사는 마감자재의 입고 일정을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한 채 크레인, 스카이, 렌탈 등 장비 14대를 투입하고 작업자 30여 명을 투입해서 하지철물 작업만 진행했다"며 "5월 말이 되서야 최초의 마감판넬이 공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사인 신세계건설은 코일과 판넬의 미입고에 대해 벽산에게 문제를 해결하라며 독촉을 하게 됐으며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친분관계가 있는 SM건설 산업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SM 건설 대표 A씨에게 유선연락을 몇 차례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신세계건설의 독촉에도 적절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자 신세계건설 측은 SM건설의 B 모 차장을 공사 현장에 상주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에 SM건설의 대표 A씨는 시간과 공간 건축에 작년 7월 13일 유선상으로 일방적인 시공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신 대표는 시공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이유에 대해 "(전문시행사 전환을 시도하던) SM건설이 기존의 하도급 업무를 소홀히 하면서 생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당사에 덮어씌우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현장 시공이 늦어지는 이유는 코일 및 판넬의 입고가 지연되면서 발생된 문제인데도 (SM건설은) 시공만 책임지는 당사에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했을 뿐 아니라 투입비용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SM건설에서는 투입비용을 다 지급했다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신 대표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 건축이 시공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던 당일 시공사인 신세계건설과 벽산, SM건설 관계자와 신 대표가 회의를 열고 현장상황을 정리한 결과 코일과 판넬에 대한 문제로 현장 시공이 늦어진다고 결론을 냈다. 이는 벽산과 SM건설의 문제라는 것. 이외에 시간과 공간이 담당한 현장 작업자와 현장 설계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시간과 공간 측은 현재까지도 공사를 진행하며 투입한 7억원 가운데 먼저 정산 받은 2억900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법으로 금지된 재하도급 공사가 원청업체(신세계건설), 하도급업체(벽산), 재하도급업체(SM건설), 재재하도급업체(시간과 공간 건축)까지 구성돼 있으며 현장 근로자 등 노무자를 위한 퇴직공제가입은 물론 4대보험 등이 전혀 가입되지 않은 상황이"며 "불법 재재하도급과 퇴직공제·4대보험 가입 문제 등에 대해 원청업체인 신세계건설도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간과 공간 건축 측이 일방적인 시공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이후 관련 업체 등은 공사대금 지급 등을 위한 대화를 꾸준히 시도해 왔지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과 공간 건축 측 주장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 자재 수급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벽산 측은 오히려 시간과 공간 건축의 신 대표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벽산 관계자는 "시간과 공간 건축 대표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며 "해당 업체와 공사 관련 다소 오해가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SM 건설의 황 모 대표도 "이번 건과 관련해 변호사를 통해 법적인 조치를 위한 절차를 모두 준비했다"며 "제보자(시간과 공간 건축)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 당사 역시도 금전적·정신적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간과 공간 건축 신 대표는 "21일 오전에 벽산 측과 통화를 해본 결과 벽산 법무팀이 SM 건설 황모 대표와 만나 자신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제안을 했다고 들었다"며 "정산 받지 못한 금액의 경우도 당사가 요청한대로 관련 부서에 전달을 했고 조금 기다리면 법무팀에서도 연락이 올 것이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한 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언론에 해당 내용을 지속 제기하는 경우 (금액과 관련해) 일처리를 해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굉장히 황당하고 힘든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오포 물류센터 시공사인 신세계건설의 한 관계자는 하도급 계약과 관련해 "신세계건설은 협력사인 벽산건설과 정상적으로 계약했다"며 "당사와 협력사간 계약사항 외에는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사대금 미지급과 관련해서는 "신세계건설과 직접 계약관계인 협력사에 정상적으로 모든 공사비를 정산했다"고 부연했다.

신 대표는 "계약서에 따른 계약해지 사유가 충분하다면 순응하겠지만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단 하나의 항목도 없이 신세계건설 담당자가 SM건설 대표한테 전화를 했다는 이유로 일방적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며 "이는 상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신의성실을 위반한 사항이다. 당사와 같은 피해를 입는 업체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