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표준 노리는 트래블룰 솔루션 '코드'..업비트와 치열한 경쟁 예고

이상훈 기자 승인 2021.12.08 17:33 | 최종 수정 2021.12.09 08:06 의견 0
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드 솔루션에 대해 소개하는 차명훈 코드 초대 대표 겸 코인원 대표. [사진=이상훈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3사가 합작해서 만든 트래블룰 솔루션 '코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블록체인 기반 트래블룰 솔루션 '코드(CODE)' 시스템 출시를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8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코드는 금융권 실명계좌를 보유한 빗썸·코인원·코빗 가상자산 거래소 3사가 합작해 만든 국내 첫 가상자산사업자(VASP) 컨소시엄이다. 코드는 지난 8월 출범 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요구하는 가상자산 송금 투명성 및 사용자 보호를 위해 시스템 구축을 한 합작법인이다. 초대 코드 대표는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맡으며 연말까지 참여 거래소 3사의 시스템을 연동한 후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가상자산은 비트코인(BTC)이 처음 발행됐던 2009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범죄에 활용되는 등 어두운 면이 많았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자금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익명성을 갖춘 탓에 가상자산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썩 좋은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가상자산이 어느덧 수만여 종이 발행됐고 8일 현재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코인마켓캡 기준 2782조원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은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동시에 제도권 편입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투명하지 않은 송금과 전송으로 인해 악용되는 행위를 막고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권고안 '트래블룰(Travel Rule)' 규정을 도입했다.

■ 코드, 고객의 신원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게 기록·보호

트래블룰 기준 가상자산사업자별 송신 정보 타입. [자료=코드]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송금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송금인의 이름, 거래에 사용된 계좌번호, 실 거주지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고객을 식별할 수 있는 고유 식별번호, 생년월일 등을 제출해야 한다. 수취인 역시 이름과 계좌번호 또는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제공해야 한다.

해당 트래블룰은 국내에서 특금법 개정안을 통해 법제화됐고 내년 3월부터 가상자산사업자는 이 같은 트래블룰 규정을 준수해야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이에 국내 실명계좌 보유 가상자산 거래소 4곳 중 업비트를 제외한 빗썸·코인원·코빗이 합작해 코드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다.

코드 솔루션은 세계 최초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의 코다(Corda) 아키텍처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코다는 금융기관과 회원사들의 거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이다.

코다 아키텍처 기반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설계된 코드 솔루션의 운영 프로세스. [자료=코드]

차명훈 코드 대표는 R3 코다 아키텍처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당초 고객의 편의성을 고려한 완벽한 트래블룰 솔루션을 찾지 못했다. 어떤 솔루션은 고객에게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해 편의성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어떤 솔루션을 도입하든 사업자 간 정보 교환이 손쉽고 이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코다 아키텍처는 이미 수많은 금융권에서 검증을 마치고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했을 때 가장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코다 기반으로 만들어진 코드 솔루션은 보안을 위해 퍼블릭(공개형)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폐쇄형)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추후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소와 가상자산사업자가 손쉽게 참여하고 다른 솔루션과도 연결이 용이하도록 확장성을 최우선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에 걸쳐 다양한 트래블룰 솔루션이 논의되거나 만들어지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코드 솔루션은 타 국가의 솔루션보다 앞서있고 실제 운용을 눈앞에 두고 있어 추후 글로벌 표준 솔루션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차 대표는 "유저 편의성을 위해 가상자산사업자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코드 솔루션은 국내 4대 거래소 중 3대 거래소가 모여 만들었으며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 포항공대 연구실과 협력했다"고 덧붙였다.

■ 코드, 은행 송금과 유사한 프로세스 제공해 고객 편의 극대화

코드 솔루션의 송금 방식은 국내 은행 송금 수준의 편의성을 자랑한다. [자료=코드]

코드 솔루션이 도입되더라도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가상자산을 보내고 받는 과정에서 코드 솔루션은 순식간에 고객이 기입한 주소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신원을 확인한다. 또 송금요청 전에 수취인을 확인하므로 오입금 리스크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거래에 관여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외에는 중간 과정이 생략된 만큼 고객 정보 유츌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실상 국내 은행을 통한 원화 송금과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보안성은 더욱 뛰어나단 설명이다.

코드 솔루션은 8일 현재 서비스 최종 테스트가 완료됐다. 현재는 각 거래소 간 연동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코드 솔루션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기타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소들과의 트래블룰 연동이다. 이에 대해 방준호 빗썸 경영자문 부사장은 "현재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인허가를 받지 않은 거래소, 개인지갑 등으로의 송금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있다"며 "그러나 3년 후인 2024년쯤이면 많은 가상자산 거래소와 가상자산사업자가 트래블룰 규정을 준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구축한 곳끼리만 가상자산을 송금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그 전까지의 과도기를 FATF도 '선라이즈 이슈(Sunrise issue)'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 트래블룰 솔루션 도입, 업비트 vs. 빗썸·코인원·코빗으로 양분

코드는 내년부터 타 트래블룰 솔루션과의 확장성을 개선하고 본격적으로 연동해나갈 계획이다. [자료=코드]

결국 코드 솔루션 역시 향후 더 많은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자산사업자와 협력하고 연동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 코드 솔루션은 내년 1월부터 서비스 고도화와 더불어 가상자산사업자 회원사를 추가 확보하고 해외 솔루션과의 연동 작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차 대표는 "트래블룰 솔루션은 전통 금융시장과 다르게 단일 프로토콜에 의한 트래블룰 적용이 어려운 만큼 타 솔루션과의 연동이 손쉽도록 브리지 노드(Bridge Node)를 구축하고 타 트래블룰과 연동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최대 거래량을 자랑하는 업비트와의 협업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도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인 람다256이 개발한 자체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를 구축하며 베리파이바스프 솔루션을 사용할 거래소를 확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트래블룰 솔루션은 '업비트+람다256' vs. '빗썸·코인원·코빗+코드'의 구도를 유지하며 솔루션 사용처 확보 전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업비트는 람다256이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를 독자적으로 채택한다. [자료=람다256]

코드 솔루션을 이용해 트래블룰을 준수하고자 한다면 해당 솔루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진창환 코빗 준법감시실장은 "가격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규제 대응 시스템인데 이것을 독점사업자가 돼서 폭리를 취할 수는 없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도 같은 생각일 텐데 모든 거래소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코드가 운영이 될 수 있는 정도, 박리다매하는 식으로 저렴하게 솔루션 운영비가 책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래블룰 하에서 거래소와 거래소 간 송금, 거래소와 개인 지갑 주소 간 송금 등에 따른 리스크는 해당 거래소 준법감시팀이 리스크를 평가하고 만들어갈 계획이다. 빗썸은 대량거래하는 고객이 사용하는 특정 계좌를 미리 등록해 전송하게 하는 '화이트리스팅(Whitelisting)'을 적용해 은행 사기와 오입금 리스크를 대폭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코드 솔루션은 트래블룰 도입으로 인해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면서 보다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 기술적 방점을 찍었다고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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