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눈치 보는 암호화폐 거래소들..특금법 앞두고 줄줄이 상장폐지·유의종목 지정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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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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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극정경신문=이상훈 기자] 프로비트 거래소는 지난 1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코인 178종을 거래 중단했다. 이에 앞서 37개 코인에 대해서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상장 폐지했다. 약 200여 종의 코인이 프로비트 거래소에서 사라진 셈이다.
포블게이트도 지난 4일 공지사항을 통해 가상자산 8종에 대해 거래지원을 종료하고 13종에 대해 유의종목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포블게이트에서 사라장 코인은 아킬라(AQU), 골드큐알뉴(GQCN), 테크놀러지이너써클(TINC), 인크렉코인(ICK), 바시드(BASID), 푸디체인(FOODY), 에그포인트(EP), 두카토프로토콜토큰(DUCATO)이다.
한빗코 거래소도 올 초부터 이달까지 젠서, 피블, 마인비 등의 코인 3종의 거래를 중단했다. 에이프로빗도 메티스, 톰파이낸스 등 4종을 지난 20일부로 거래종목에서 제외시켰다.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에 장애가 되는 코인, 투자 가치가 낮거나 유동성이 낮은, 혹은 가치를 유지하기 힘든 '잡코인'이라 판명되는 코인에 대해 빠르게 메스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역시 9월 25일부터 시작되는 특금법 시행에 앞서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을 받기 위해서다. 현재 특금법 기준으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계좌 연동 이 2가지가 이뤄져야만 국내에서 원화(KRW) 거래가 가능하다. 비트코인(BTC)마켓·테더(USDT)마켓 등은 문제가 없지만 코인 거래를 하기 어렵고 특히나 신규 유저 유입이 어려워 사실상 실명계좌 발급이 안 될 경우 거래소가 문을 당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급해진 거래소들은 은행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현재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 수는 20곳 정도지만 실명계좌를 보유한 곳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이 4곳 밖에 없어 나머지 16곳은 그야말로 사업 유지를 위해 은행이 부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요소를 빠르게 제거하고 있다.
아직 정부 차원에서 가장사잔 거래소를 평가할 마땅한 기관이 없기에 특금법 이우 생존할 거래소의 살생부는 은행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은행연합회가 배포한 '암호화폐거래소 자금세탁방지위험평가방법론 지침'에 따르면 '거래소 취급 코인의 위험성 평가 항목이 존재한다. 이 항목을 어떻게 평가할 지 은행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지만 조금이라도 애매한 코인이라면 일단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거래소들이 앞다퉈 상장폐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사실항 은행이 거래소 관련 피해에 대해 일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니만큼 마이너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 줄 생각이 없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은행 당 하나의 거래소에만 실명계좌를 발급해주고 있기에 은행들도 굳이 위험요소 높은 거래소보다는 현행 4개 주요 거래소와 제휴 맺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을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거래소들 역시 특금법 시행 전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어느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게 됐는지를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매일 거래소 관련 부정적인 뉴스가 쏟아져 나와 심적으로 힘들다"면서 "사실상 9월 이후 대형 거래소 외에 다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의욕이 사라졌다. 거래소 나름대로 모든 인맥을 동원해 은행에 계좌 개설을 요청하고 있지만 은행들도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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