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와 하늘땅" 국내 보험사, ESG 챙긴다며 '여성임원은 어디에'

삼성·교보생명 등 여성 이사 無.."ESG 경영 구호 무색"
AXA손보·라이나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와 대조
내년 8월 '개정 자본시장법' 앞서 女이사 선임 물밑 작업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5.24 14:00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현장에서 영업하는 보험설계사 대다수가 여성이지만 여성 임원은 여전히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자본시장법 시행이 다가오자 뒤늦게서 여성이사를 영입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보험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구호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는 이사진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됐다. 사외이사 4명 가운데서도 여성은 없다.

생명보험업계 3위(1분기 자산총계 기준) 교보생명도 이사 전원이 남성이다. 사외이사를 5명이나 두고 있지만 모두 남성이다.

이밖에도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도 사외이사 각 4명을 포함한 이사진에 여성이 없다. KB금융지주 계열의 푸르덴셜생명과 흥국생명, 흥국화재, 한화손해보험도 마찬가지다.

사내 인적자원 여건상 여성이사 선임이 힘들다면 사외이사에 여성을 포함할 수 있지만 이들 보험사는 사외이사마저 전원 남성으로 선임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보험설계사의 75% 안팎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위직에서의 성별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란 평이다.

회사 성장과 실적의 바탕이 되는 판매 영업 일선의 인력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권이 다른 업종에 비해 '유리천장'이 유독 두텁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보험업계가 한목소리로 내세우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선언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내외 주요 ESG 평가 기준인 한국거래소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등이 임직원 성별 구성 현황과 양성평등 처우 등을 ESG 경영의 사회(S) 또는 지배구조(G) 분야 평가 지표로 삼는 만큼 균형 맞는 임원 구성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법인의 경우 이사진을 양성으로 구성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해당 보험사들은 늦어도 오는 8월까지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둬야 한다.

이에 삼성화재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앞두고 내년까지 여성이사를 선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와 극명한 차이.."공평한 인사로 사내 분위기 호평"

외국계 보험사들의 성비 격차는 그나마 좁은 편이다. 국내 보험업계 역사상 단 두명 뿐인 여성 수장도 모두 외국계 보험사에서 탄생했다.

특히 AXA손해보험의 여성 임원 비중은 33%로 업계 최고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여성임원 비율도 30.4%로 전체 임원 23명 중 7명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진다. 푸본현대생명과 AIA생명 역시 전체 임원 중 25%가 여성이다.

최초의 보험업계 여성 CEO인 손병옥 전 푸르덴셜생명 대표 이후 6년 만에 등장한 여성 수장 조지은 대표가 이끌고 있는 라이나생명도 전체 임원 29명 중 여성이 9명(31%)으로 여성 비중이 높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로 실력을 우선하는 문화가 짙은 면이 있다"며 "성별 등에 따른 상황에 차별을 두지 않고 공평한 인사를 진행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든 것 같고 이런 사내 분위기는 고객서비스 강화로 이뤄져 좋은 영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내 보험사 관계자는 "성차별을 없애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이루는 방향으로 가는 시대에 여전히 보험업계 여성 임원 비율은 적은 수준"이라며 "최근 대형 보험사들이 자본시장법 시행에 앞서 여성 인재를 영입하는 등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큰 격차가 쉽게 좁혀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보험사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A씨는 "보험사 취업준비를 오래했는데 설계사는 몰라도 설계사 관리하는 영업관리직무 공채는 어딜가든 남녀비율 격차 심하고 애초에 여자를 관리직으로 잘 안 뽑는 것을 취준생들은 다 안다"며 "지금 채용 절차 밟고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소비자들은 보험업계의 여성임원 비율을 두고 "통계와 수치가 모든걸 말 해준다", "(자본시장)법 없었음 어땠을까", "들어온 지 얼마 안된 남직원이 경력 오래된 이모를 제치고 관리직으로 승진해 이모가 그만뒀다", "비율이 아직도 100 중 7명 꼴이지만 그래도 희망적" 등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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