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1주년/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 완성車, 배터리 독립이냐 동맹이냐

오수진 기자 승인 2021.05.14 12:53 | 최종 수정 2022.05.23 17:21 의견 0
ESS cell [자료=LG화학]

[한국정경신문=오수진 기자] 잇따라 ‘배터리 독립’을 시동 거는 완성차 업계에 배터리 3사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금처럼 완성차와 배터리업계와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완성차 업계가 언젠가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은 이번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자급자족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삼성 SDI는 “배터리 개발은 상당한 시행착오가 필요해 다양한 배터리 수급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OEM 전기차 수요 전체 물량 모두를 내재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오히려 이런 상황이 사업 기회”라며 “이미 여러 글로벌 OEM들로부터 다양한 협력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 배터리 내재화 가장 큰 메리트..비용과 불확실성↓

완성차 업계가 너도 나도 배터리 내재화를 꿈꾸는 것은 비용 절감과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됐다.

현재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한 완성차 업체는 한국의 현대자동차, 해외에선 테슬라, BMW, 폭스바겐, 도요타 등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비용 30~4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최소 1.8배에서 최대 4.1배까지 더 비싸다.

완성차 업체는 직접 핵심부품을 수급해 비용을 절감하는 게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제조원가가 계획대로 절감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의 판매가격이 5%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긴 소송이 도화선을 지폈다는 관점도 있다. 이들의 소송과 함께 불안감이 덩달아 상승해 배터리 업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연이어 발생했던 배터리 화재 사고는 완성차 업계에게 큰 피해를 준 바 있다. 최근 현대차의 코나EV 화재에 따른 리콜 전체 비용은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현대차가 부담한 금액은 총 4255억원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2조78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 그저 완성차 업계의 경고?

사실상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가 실현은 단기간에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이 사업에 진출한지 10~20년인데도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이걸 완성차 업체가 할 수 있냐는 의문이 분석의 배경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주행거리, 안전성, 충전시간 등 개선·보완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배터리 업계도 단기간에 이뤄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최대 차부품업체인 보쉬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나섰으나 1~2년 후 사업에서 손을 뗐다. 보쉬가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해도 연간 5억유로(6600억원)다.

다이슨도 배터리 생산 계획 발표 후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계획 자체를 철회했다.

그만큼 배터리 사업이 쉽지 않을뿐더러 수십년 동안 배터리 한우물만 파온 기업들과 경쟁해야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다른 배터리 선진사들이 쌓아온 노하우들이 있고 10~20년 걸릴 기술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들고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가 알면서도 배터리 독립을 선언한 것은 배터리 업계에 ‘경고’를 주는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아시아에 휘둘리지 말자며 전기차와 관련된 정책,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 배터리3사, 완성차 업체와 협업

실제 배터리3사의 의견과 같이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업계와 협업 중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SK그룹과 배터리 개발에 머리를 맞댔다.

양사는 파우치형 하이브리드카(HEV) 배터리를 공동 개발한다. 이 배터리는 2024년 출시될 하이브리드카부터 탑재된다.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하고 경제성까지 갖춘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한다.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았다. 양사는 함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도 세웠다. 얼티엄셀즈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오하이오주에 35GWh 규모의 1공장을 건설 중에 있으며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스피링힐에 제2공장도 짓는다.

2개의 합작공장에서는 2024년까지 총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1회 충전 시 500㎞ 이상 주행하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과 협업한다. 리비안은 ‘제2테슬라’로 주목받아온 기업이다. 삼성SDI의 배터리는 각각 오는 6월과 8월 출시 예정인 전기 픽업트럭 R1T와 전기SUV R1S에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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