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많았다..배터리 혁명이 '전기차 대중화' 견인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5.06 10:34 | 최종 수정 2022.05.06 10:3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소차가 지속적으로 보급되면서 친환경 차량을 뜻하는 파란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친환경자동차 연도별 등록비중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6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친환경차가 약 116만대를 기록해 전년의 82만여 대보다 약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친환경차의 등록 비중이 전체 자동차 중 4.7%에 불과하지만 친환경차 등록 비중은 매년 증가 추세인 만큼 친환경차 대세를 부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친환경차 중에서도 주류를 이르는 차량은 단연 전기차다. 그런데 이 전기차는 사실 엔진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보다 역사가 길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아뇨스 제들리크와 그가 발명한 최초의 전기차. [자료=월간전기]

최초의 전기차는 1824년 헝가리의 발명가 아뇨스 제들리크(Ányos Jedlik)가 전기모터를 바퀴에 적용했던 것이 시초다. 당시 아뇨스 제들리크가 만든 전기차가 '자동차'라고 하기에는 많이 조악하고 투박한 느낌이지만 이 때부터 전기차의 도전은 시작됐다.

1800년대 초부터 몇몇의 발명가들은 전기로 움직이는 차량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다. 영국의 로버트 앤더슨(Robert Anderson)은 1832년 최초의 전기 마차를 개발했으며, 185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Gaston Planté가 운송수단에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충전식 납축전지를 발명하면서 전기 동력원 개발이 활발해졌졌다. 가스통 플랑테(Gaston Planté)의 이름을 딴 플랑테 전지(납축전지)는 지금도 내연기관 차량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후 1884년 영국의 토마스 파커(Thomas Parker)는 축전지를 활용해 재충전이 가능한 전기차를 개발하며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고, 덕분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최초의 전기차가 됐다.

카밀 제나치와 그가 발명한 전기자동차 'La Jamais Contente'. [자료=위키피디아)]

전기차에 대한 연구는 거듭 발전해, 1899년 벨기에의 자동차 드라이버 카밀 제나치(Camille Jenatzy)는 'La Jamais Contente(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라는 이름의 전기차를 개발해 처음으로 100km/h 가 넘는 속도로 달리기도 했다.

100년도 넘는 과거에 전기차가 개발됐다는 이 놀라운 사실이 믿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당시의 전기차를 직접 보고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강릉에 위치한 '에디슨과학박물관'에서는 1913년에 만들어진 에디슨(Edison)의 전기차를 만날 수 있다. 이 자동차는 발명가 에디슨이 10년 동안 무려 5만 번의 시험 끝에 개발한 배터리를 내장한 전기차로, 전 세계에 단 3대 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전기차가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재, 에디슨의 전기차는 시대를 앞선 발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배터리를 소형화·경량화하는 기술이 부족해 자동차 앞뒤로 500km에 달하는 배터리를 장착해야 했다. 그 결과 최대 시속은 35km/h에 불과했고, 배터리도 완충하는데 7시간이 걸렸다.

1913년에 만들어진 에디슨의 전기차와 배터리. [자료=에디슨과학박물관]

이렇게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된 전기차는 1900년대 초까지 호황을 누렸다. 실제로 1900년대 미국 도로 위의 1/3 이상이 전기차였을 정도로 지금보다 더 전기차가 대중화됐었다.

당시 전기차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냄새와 소음이 적었으며, 크랭크를 돌려야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시동을 켜는 게 훨씬 편리했기 때문에 대중들이 선호했다. 특히 전기차가 당시 상류층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일명 '마담차'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쉽게도 자동차왕 헨리 포드(Henry Ford)와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값싼 전기차를 만들려고 했으나 충전의 번거로움, 배터리의 무게 등의 단점으로 대량 생산을 포기하면서 실용화 단계에 접근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1920년대 텍사스 원유 발견과 함께 가솔린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1913년 포드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면서 전기차는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됐고,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기차는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친환경 차량 개발에 뛰어들었고, 2000년대 들어 전기차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시 전기차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번거로운 충전, 무거운 배터리 무게, 짧은 주행거리들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기존 전지의 한계를 리튬이온 배터리로 극복한 것이 주효했다.

니켈 함량을 높여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삼성SDI의 '프라이맥스' 배터리. [자료=삼성SDI]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가고 있다. 삼성SDI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Gen.5(5세대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우수한 안전성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기술을 통해 구현된 긴 주행거리가 특징이다. 삼성SDI는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니켈 함량을 91%까지 극대화시키고 급속 충전 성능도 크게 향상 시킨 Gen.6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는 현재도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전기차의 미래는 한층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와 같은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이 향상될수록 전기차의 대중화는 보다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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