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인치 초대형이냐, 롤러블이냐... VVIP들의 '1억7000만원짜리 TV' 고민

이상훈 기자 승인 2020.12.11 08:3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삼성전자가 10일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내년 3월 중 정식 출시될 예정인 이 TV의 가격은 1억7000만원. 공교롭게도 지난 10월 공개된 LG전자의 롤러블TV 가격(1억6667만원)과 거의 흡사하다. 양 사 모두 '롤러블+OLED'와 '대화면+마이크로 LED'나는 차별화 기술을 가지고 가격을 억대로 정했다. 형태도, 크기도 다르지만 두 제품 모두 VVIP를 위한 제품임에는 동일하다. VVIP 소비자들이 '롤러블'이라는 새로운 폼팩터를 선택할지, 110인치라는 대화면을 선택할지 관심이 모인다.

필요에 따라 화면을 펴고 말아 넣을 수 있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R'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설치한 예시이미지. (자료=LG전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초프리미엄 TV의 전체적인 화질이 향상되면서 '차별화'에 대한 제조사의 고민이 깊어졌다. 물론 OLED나 QLED 같은 제품들의 화질이 명암비나 밝기, 색재현율 등에서 기존 LCD 제품들과 차이를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더 비싼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 이에 LG전자는 2019년 CES에서 '화면을 둘둘 마는' 롤러블 TV를 전시했고 올해 10월 해당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LG전자는 자사 최상위 제품에만 사용하는 '시그니처'를 롤러블 TV 제품명에 사용해 해당 TV가 '초프리미엄'임을 강조했다. 롤러블 TV 가격도 당초 예상했던 1억원보다 비싼 1억6667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쯤 되면 공산품인 TV를 '사치품'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싶다.

정식 명칭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인 이 제품은 첫인상부터 탄성을 자아낸다. 부드럽게 화면이 올라오며 65인치 스크린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일부만 노출시키는 '라인뷰', 화면을 하단 박스에 완전히 수납해 없애는 '제로뷰' 모드 등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로 145cm, 세로 83cm의 65인치 크기는 55인치를 넘어 서서히 대중화되기 시작한 TV 화면 대형화에 비춰봤을 때 다소 작아 보인다. 최근 75인치 LED TV를 200만원 내외에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 LCD·LED TV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화면 일부만 올라오는 '라인뷰' 모드를 통해 음악, 시계, 액자, 무드, ThinQ 홈보드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자료=LG전자)

물론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새로운 형태의 TV 시대를 개척했다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이전까지는 TV 디스플레이가 둘둘 말린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시작으로 이후 보다 다양한 종류, 크기의 롤러블 TV를 출시할 것이다. 롤러블 기술이 안정되고 수율이 높아질수록 가격도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1억6000만원이 넘는 TV인데 65인치와 UHD 화질은 아쉽다. LG전자가 지난 2014년에 출시한 1억2000만원짜리 TV도 UHD 해상도와 105인치 대화면을 자랑했던 만큼 대화면이 아닌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무래도 남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기술로 7년 만에 110인치 초대형 화면 재출시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는 110인치 초대형 화면에 화소 하나 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0일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아직 출시 전인 제품이지만 이미 2018년 B2B용 146인치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더 월'을 출시했기에 이를 가정용으로 만든 마이크로 LED TV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품질이나 형태에 대해서는 짐작이 긴다.

다만 마이크로 LED TV는 가정용 제품이기에 기존 사이니지처럼 모듈 타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통시장에서 요구하는 표준 크기 단일 모델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의 화면 크기를 110인치로 발표했다. 추후 크기를 다양화해나갈 계획이지만 첫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는 '크기'에 집중한 모양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70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300만원대로 낮춘다는 목표를 언급한 적이 있다. 지금은 아직 제조 난이도가 높아 가격이 비싸지만 첫 B2C용 모델의 양산을 시작으로 마이크로 LED TV의 가격은 빠르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사람 머리카락 하나의 굵기 정도인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 LED 소자를 기판에 이어붙여 만든다. 또 별도의 광원과 컬러 필터 없이 LED 소자들을 직접 광원 겸 화소로 사용해 빛과 색을 표현한다. 화소로 자체 발광해 명암비 등에서 탁월한 화질을 자랑함은 물론 두께도 대폭 얇게 할 수 있다.

마이크로 LED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OLED(Organic Light-Emitting Diode) TV는 이름 그대로 유기물을 사용해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돼 색감이 변하고 장시간 특정 색을 고정적으로 보여주면 사용된 픽셀의 수명이 줄어들며 얼룩처럼 보이는 번인(Burn-in) 현상이 발생한다. 마이크로 LED TV는 번인에서 자유로운 무기물 소재를 사용한 만큼 장시간 사용에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발표했던 110인치 UHD TV.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의 110인치 TV 출시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3년 12월 삼성전자는 110인치 UHD TV를 발표했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110인치 UHD TV를 해외에 판매했었는데 그때도 판매 가격을 지금의 마이크로 LED TV와 유사한 15만달러(한화 약 1억6300만원)로 책정했다. 7년이 지나는 동안 110인치 LED TV(LED 백라이트 유닛을 간직한 LCD TV)가 800만개가 넘는 각각의 RGB소자가 따로 제어되는 마이크로 LED TV로 발전했지만 크기와 가격은 변함 없는 셈이다.

삼성전자로서는 110인치보다 더 큰 크기를 만들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110인치가 가정용 최대 크기라고 생각한 듯하다. 110인치쯤 되면 TV 크기가 킹사이즈 침대보다 크다. 국내 아파트 천장 높이가 보통 2.3m인 점을 감안하면 마이크로 LED TV의 180cm 세로 길이는 일반 가정용 최대 크기에 가까운 셈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를 벽걸이용·스탠드용 두 가지 형태로 판매할 계획이며 1억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품인 만큼 VVIP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LG전자의 롤러블 TV가 혁신을 보여줬다면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는 압도적인 대화면이 선사하는 몰입도와 영상 임팩트를 특징으로 한다. 비슷한 가격, 완전히 달라진 TV 형태. 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두 제품의 보급형 모델의 등장이 더욱 기다려진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