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사업 확장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방산시장 진출과 첨단 기술 도입,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K-방산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이들의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오른쪽)와 브라이언 블란쳇 잉걸스 조선소 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자료=HD현대중공업)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1조 달러 국방예산 공약과 중국의 해군력 급증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필요성이 맞물려 HD현대중공업의 미국 진출은 한미 조선 동맹의 새 장을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 "中 10년간 군함 157척, 美는 67척뿐"..디지털 조선소로 미 해군 함정 건조 혁신

중국은 최근 10년간 157척의 군함을 진수했지만, 미국은 67척에 그쳤다. 미 해군은 2054년까지 전투함을 295척에서 390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의 생산 능력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 전시회'에서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시시피주에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를 운영한다. 지난해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9척 중 6척을 수주할 정도로 미국 내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그러나 생산 효율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중공업이 울산 조선소에서 연간 함정 5척 안팎을 건조할 수 있는 데 비해, 헌팅턴 잉걸스는 연간 1척 정도를 건조하는 수준이다.

양사는 디지털 조선소 구축을 위한 공정 자동화, 로봇, AI 도입을 추진하며 생산 효율성 극대화와 건조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조선소 '트윈포스'를 구축하고, 선박 건조 전 공정에 디지털 작업지시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는 "혈맹 관계인 한국과 미국의 대표 조선업체 간 협력을 통해 양국 조선산업 발전뿐 아니라 안보 협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자료=HD현대중공업)

미 해군 함정 시장, 30년간 1600조원 규모.. K-방산 위상 높일 기회

HD현대중공업의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전략적 의미가 크다. 미 해군의 함정 확충 계획에 따르면 향후 30년간 16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된다.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장원준 교수는 한 방송에서 "HD현대중공업은 미 함정 시장의 직접 진출보다는 미 조선사와의 협업을 통한 공급망 간접 진출을 시작하고, 향후 공동 개발 생산 투자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의회에서 발의된 '해군준비태세 보장법'은 해외 조선소의 미국 함정 건조를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HD현대중공업의 미국 진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필리조선소와 미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신조 및 유지보수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방산 기자재 업체인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FMD)와도 '함정 분야 공급망 및 수출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FMD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방산 기자재 전문기업으로, 미 해군, 해안경비대, 해상수송사령부에 함정용 엔진, 발전기, 선장품 등 핵심 장비를 공급해온 업체다.

HD현대중공업은 미 조선소 대상 함정 의장재 공급처로 FMD를 활용해 미 방산 시장 기반을 강화하고, 동맹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의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라며 "美 정부의 조선업 부활 정책은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