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청업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7조 원대 규모의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싸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과 직접 계약을 맺고, 한화오션이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형태로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두 업체가 협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도-협력' 방식의 절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업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방산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KDDX 사업은 6000톤급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트다. 총사업비는 약 7조 8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해군 전력 강화뿐 아니라 한국 방산 산업의 기술력과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완료한 상태에서 상세설계와 선도함(1번함) 건조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경쟁입찰 방식을 요구하며 독자적인 참여를 주장하고 있어 양측 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 방사청, '주도-협력' 절충안 제안 알려져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최근 양사 관계자를 불러 상세설계 단계에서 협력하는 '주도-협력' 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기본설계를 담당한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과 직접 계약을 맺고, 한화오션이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형태다. 상세설계 비용은 양사가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세설계 총비용이 100이라면 이를 2대1 또는 3대1로 나누는 방식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양사가 체결한 'K-함정 수출사업 원팀' 양해각서(MOU)와 유사한 협력 모델이다. 당시 MOU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수출을,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출을 주관하며 상호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방사청은 오는 17일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사업분과위원회에서 KDDX 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4월 열리는 방추위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가장 합리적인 사업 추진 방안을 찾기 위해 분과위에서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측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KDDX 사업은 이미 1년 이상 지연되며 전력 공백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에서 일본과 독일에 밀려 탈락했던 경험은 단일팀 구성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업계에서는 KDDX 사업이 향후 글로벌 함정 수출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만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등 대형 해외 수주 기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 간 갈등이 지속될 경우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KDDX 사업은 단순히 국내 해군 전력 강화를 넘어 한국 조선·방산 산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발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가 대승적 합의를 통해 협력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사업 지연으로 인한 전력 공백과 여론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17일 방추위 논의 결과가 KDDX 사업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