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임장비’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임장 크루’가 증가하며 공인중개사들이 영업활동을 하는데 피로도가 증가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중개수수료에 매물을 확인 비용까지 추가된다면 소비자 부담이 더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이 임장 활동에 대한 보상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 '임장비' 도입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29일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지난 23일 취임 기념 언론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김 회장은 “임장 과정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임장 서비스 보상 필요성을 강조한 배경으론 최근 증가한 ‘임장 크루’ 문화로 공인중개사의 부담이 심화된 탓으로 보인다. ‘임장 크루’란 여러 실수요자가 모여 단체로 부동산 매물을 둘러보는 활동이다. 실계약으로 이어진다면 문제 되진 않는다. 그러나 시세 파악·매물 확인만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속출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은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거래를 희망하는 1~2명이 아니라 공부가 목적인 사람들이 단체로 방문하는 만큼 집주인이나 거주자가 내부 공개를 피하려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북구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두명 찾아오는 것도 사생활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데 우르르 방문한다고 하면 누가 집을 보여주겠냐”며 “또 실수요자를 놓치거나 영업시간을 허투루 보내게 되는 등의 피해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회장과 협회는 ‘임장 기본 보수제’ 도입에 나섰다. 협회가 추진할 형태는 중개업소를 통해 매물 확인 시 일정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임장 비용은 중개보수에서 차감하도록 할 방침이다.

문제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비용 부담만 증가할 것이란 비판이 거세다는 점이다. 실수요자가 통상적으로 한 개의 매물만 확인하지 않기에 중개보수에서 차감한다 해도 실질적인 비용은 증가할 것이란 우려다.

법률적인 부분도 관건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선 중개보수에 대한 기준만 존재하고 임장비에 대한 내용 없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중개보수 수수료만 법률로 규정하고 임장비는 정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임장비를 도입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다만 아직 법률 개정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진행되고 있는 논의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된 논란에 협회는 “임장크루 민원이 많아 내부 적으로 검토된 것이다”라며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임장비를 도입하게 된다면 부동산 플랫폼을 통한 직거래 활동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당근마켓’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작년 5만9451건으로 급증했다. 3년 새 약 220배 증가한 것이다. 중개비용을 아낄 수 있고 수요자와 소유자가 직접 연락할 수 있다는 강점이 거래량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가운데 임장 활동 비용까지 추가된다면 수요자들의 중개업소 기피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장비 도입에 반대한 다른 공인중개사는 “직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공인중개업소를 피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임장비까지 더해지면 누가 중개업소를 이용하려 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