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선정 두고 현대重-한화오션 간 신경전에 정치권 가세..방사청 부담 커져

임윤희 기자 승인 2024.07.15 14:38 의견 0
KDDX 개념설계 등 한화오션 수상함 함정모형들(자료=한화오션)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차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추진 방식 결정이 다음 달로 넘어갔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이 심화되는데다 정치권까지 가세하자 방사청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방위사업청 사업분과위원회 일정이 9일에서 18일로 변경됐다가 다시 이번 달을 넘기게 됐다.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계약 방식을 두고 잡음이 많은 탓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울산과 거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자체 단체장들은 앞다퉈 입장문을 내면서 방사청을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지역구 의원들이 직접 나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장외 여론전까지 더해져..부담커지는 방사청

이번 수주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의 대립을 넘어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방사청 사업자 선정을 재촉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울산 남구갑),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울산 동구), 진보당 윤종오 의원(울산 북구)은 오늘(15일) 'KDDX 사업자 선정 논란'과 관련 입장문을 통해 "KDDX 사업이 정해진 일정과 절차에 따라 하루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 의원들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는 방위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이 자주적으로 결정하면 될 사안"이라며 "석연치 않은 이유로 KDDX 사업이 지연된다면 국익수호와 극대화를 위해 우리해군이 계획했던 ‘대양해군’ 육성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관련 예산은 증가돼 혈세를 낭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이 있는 경남 거제시 박종우 시장도 지난달 13일 입장문을 냈다.

박 시장은 "KDDX 건조를 위한 복수 방산업체 지정 및 공정한 경쟁 입찰로 K-방산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거제시와 시민은 향후 절차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거제에서 재선을 한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도 이달 3일 성명서를 통해 "현시점에서 KDDX 사업의 계약 방식 결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며 "이 사업 계약 방식은 수의계약 방식이 아닌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방사청의 부담이 커졌다"며 "방사청 역할은 사업 관리인데 갈등이 커지도록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과 규정에 따라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방위사업청)


현대重 "관례대로 수의계약"vs 한화오션 "경쟁입찰"

HD현대중공업은 군 전력화 일정과 관련한 방위사업법 시행령 규정 등을 고려하면 수의계약을 하는 게 통상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6년 1월 방위사업청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추진된 18건의 함정 연구개발 사업에서 17번의 함정 건조 사업을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았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2012년 장보고-Ⅲ, 배치-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로, 당시에는 사업자를 경쟁입찰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때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공동으로 기본설계 연구에 참여를 한 특수한 케이스다. 사실상 방사청이 출범한 이후부터는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까지 계속 맡아온 셈이다.

한화오션은 자사 군사기밀을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불법 유출한 만큼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0여년 전에 터진 ‘함정 분야 군사기밀 유출’ 사고가 빌미가 됐다.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도 자료 등 해군 기밀 자료 12건을 몰래 촬영하는 등 불법으로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2022년 11월부터 3년간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일련의 함정 건조 사업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 보안규정에 따라 1.8점의 감점을 받았다.

또한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군사기밀(Ⅱ·Ⅲ급)을 불법으로 탐지·수집하거나 청렴 서약을 위반했을 경우 5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도 HD현재중공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올 하반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업 선정을 두고 각축을 벌인다. 이번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발주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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