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올들어 LNG(액화천연가스)부터 특수선까지 고부가선박 수주를 휩쓸고 있지만 파업 국면에 내몰려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기밀 유출을 둘러싼 의혹이 소송전으로 번지면서 경쟁사인 한화오션과 갈등 양상도 커지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사가 오는 5일 지주사인 HD현대에 공동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한다.
이들 노조는 매년 각 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사항이 다르고 교섭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며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HD현대에 이런 내용의 요구안을 전달했다. 반면 사측은 회사별로 근로자 수와 실적차가 있기 때문에 공동교섭은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합법적 파업권 확보를 위해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달 19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신청을 진행한다. 오는 22일부터는 임단협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인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공동교섭은 각사 근로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교섭은 계속 진행하고 있고 향후 원만한 합의가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KDDX 기밀유출 관련 수사 진행..“한화오션이 수사기록 왜곡” 반박
동종업체인 한화오션과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진 점도 부담요소다. 이들은 8조원 규모 대형 프로젝트인 KDDX 사업에서 기밀 유출건으로 법적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달 25일 울산지검을 압수수색했다. 이를 통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 사건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한화오션이 제기한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설'을 조사하기 위해 진행됐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실무급 직원들은 2015년 KDDX 구축사업 기밀 자료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작년 11월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런 상황에 방사청은 올해 2월 KDDX 사업 입찰에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하게 해줬다. 이에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임원 개입 없이 실무 직원들이 군사 기밀을 빼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에 성명 불상의 HD현대중공업 임원을을 고소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KDDX 기밀 유출 수사 기록을 입수해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편집했다”며 한화오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두 회사의 소송전 장기화로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건조 기간을 고려해 늦어도 연내 선도함 건조 업체를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며 “이마저도 의도적인 짜깁기로 수석부장을 임원으로 둔갑시켜 사실관계를 왜곡했고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 2분기 영업익 36.2% 증가 관측..수주 목표 90% 채워
노조, 한화오션과 각각 갈등을 이어오고 있지만 실적과 수주 경쟁력은 올들어 도드라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영업익 933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보다 36.2% 뛸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내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물량이 이어진 영향이다.
HD현대는 지난달 10일까지 총 112척, 121억1000만달러(16조8300억원) 규모 일감을 수주했다. 이로써 반년 만에 연간 수주 목표 135억달러의 89.7%를 채웠다. 지난해에도 목표치 121억달러의 129%를 초과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LNG 운반선 8척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48척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운반선 36척 ▲에탄운반선 1척 ▲액화 이산화탄소운반선 2척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6척 ▲탱커 3척 ▲자동차운반선(PCTC) 2척 ▲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FSRU) 1척 ▲해양 설비 1기 ▲특수선 4척 등이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HD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고가물량이 늘고 현장과 원가가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조선업계) 실적 턴어라운드가 더 도드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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