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국내 타이어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초고성능(UHP) 타이어 시장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경쟁에 불이 붙은 덕이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3사는 올해도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타이어 벤투스 에보Z (자료=한국타이어)

사상 최대 실적 타이어 3사..경쟁의 무대는 ‘프리미엄’

29일 업계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타이어 3사는 합산 영업이익 1조9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인하, 완성차 업계의 신차 수요 증가, 고부가가치 타이어 판매 확대가 호실적의 배경이다. 18인치 이상 초고성능·프리미엄 타이어 비중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초 ‘벤투스 에보’와 ‘벤투스 에보 Z’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벤투스 에보는 기존 S1 에보3 대비 마른 노면 접지력과 젖은 노면 배수 성능이 크게 강화됐고, 회전저항 감소로 연비까지 개선했다. 트레드웨어(마모도) 수치도 320에서 340으로 높아져 내구성까지 잡았다.

‘벤투스 에보 Z’는 고마력 튜닝카와 슈퍼카에 최적화된 설계된 제품이다. 인·아웃 비대칭 트레드 패턴과 아라미드 하이브리드 보강 벨트, 고연화점 레진 컴파운드를 적용해 극한 주행 환경에서의 그립력과 핸들링을 크게 높였다.

한국타이어는 소비자 체험단 ‘익스피리언스 크루’를 운영해 실제 주행 환경에서 벤투스 에보와 경쟁사 제품(미쉐린 파일럿스포츠5) 비교 체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제품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벤투스 에보 Z는 트랙과 일상 모두에서 극강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발휘한다"면서 "올해 하반기까지 총 25개 규격을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엑스타 스포츠 S’, ‘엑스타 스포츠’, ‘엑스타 스포츠 A/S’ 등 엑스타 시리즈 신제품을 내놨다. 이 시리즈는 기존 PS91, PS71의 후속 모델이다. 블록 강성 설계와 벨트·비드 내구성 강화로 핸들링 성능을 높였다.

각 리브별 최적 형상 설계로 고속 주행 안정성을 확보했다. 전기차용 규격에는 흡음 기술을 적용해 소음도 크게 줄였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신형 엑스타 3종은 고성능이고 유럽 소비자의 감성에 맞춘 제품"이라며 "독일 고속도로(아우토반)는 물론 마른 노면, 젖은 노면 모두에서 최고의 성능을 낸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역시 18인치 이상 고부가가치 타이어 판매 비중이 40%를 넘기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별도 전기차 전용 브랜드 대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모두에 최적화된 ‘원 타이어’ 전략을 내세웠다. AI와 VR(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기존 타이어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차종에 맞는 제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신제품 ‘엑스타 스포츠 S’의 주행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스피드웨이 서킷을 주행 중인 차량 모습 (자료=금호타이어)

프리미엄 타이어로 시장 재편..전동화·글로벌 전략이 판도 가른다

국내 타이어 시장이 완성차 업계의 성장과 함께 프리미엄·고성능 타이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업계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수익성 확대를 넘어 자동차 산업의 고급화와 전동화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 럭셔리 세단, 고성능 전기차 등에서 요구하는 높은 안전성, 정숙성, 내구성, 주행성능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이 곧 브랜드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프리미엄 타이어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품질 이미지를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다.

BMW, 벤츠, 아우디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용(OE) 타이어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한다.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위상 강화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발맞춰 EV 전용 또는 EV 대응 초고성능 타이어 개발이 각사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전기차 특유의 높은 토크와 무게에 대응하는 기술력, 저소음·저마모·고효율 성능이 요구되면서 업계의 연구개발 방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변동, 물류비 상승, 환경 규제 강화 등은 여전히 업계의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에 대응해 타이어업계는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북미 등 해외 생산기지 확충, AI 등 신기술 도입과 친환경 전략 강화 등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프리미엄 타이어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AI 등 신기술과 친환경 전략이 앞으로의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