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의 으름장에 잠시 주춤했던 시중은행들의 점포 폐쇄가 재개됐다. 기존과 달라진 게 있다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 소재 점포가 아닌 서울·수도권·광역시 등 대도시 내 점포들이 주요 타깃이 됐다는 점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책인 셈인데 도시라고 해서 금융 접근성이 저해되고 괜찮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3~4월 영업점 28곳을 인근 영업점과 통폐합한다. 국민은행이 두 자릿수 규모로 영업점 통폐합을 단행하는 것은 지난 2023년 4월 24곳을 통폐합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번에 통폐합이 예정된 지점을 살펴보면 건대역점, 까치산역점 등 서울 소재 지점이 11곳이다. 이어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점 12곳, 부산 2곳, 대전 1곳, 울산 1곳 등 대도시 소재 지점들이 통폐합 목록에 올랐다.

지난해 한 발 앞서 점포 폐쇄를 재개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7일 영업점 26곳을 통폐합한데 이어 오는 4월 7일 13곳을 추가로 통폐합할 예정이다. 이중 서울 소재 지점이 27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어 경기 4곳, 광역시 4곳 등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6일 영업점 21곳을 인근 금융센터 등 거점점포와 통폐합했다. 서울 14곳, 경기 3곳, 광주 1곳, 부산 1곳, 대전 1곳, 대구 1곳의 지점이 대상이 됐다.

이들 은행은 폐쇄 점포가 도심지에 있고 인근에 대체 수단이 마련되기 때문에 고령층의 접근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지난 2023년 4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문제 삼았던 고령층의 금융소외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도심 내 점포로 타깃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도시라고 해서 금융 접근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내 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광역시가 지방에 비해 영업점 접근성이 대체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수도권·광역시라고 해도 지역에 따른 편차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내에서도 은행 점포까지 거리가 최소 28m인 곳이 있는가 하면 최대 3.8㎞ 멀리 떨어진 곳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말 기준 서울 내에서도 노령 인구가 많은 도봉구에서는 4대 은행이 14개 지점을 운영 중이지만 강남구에는 188개의 지점이 쏠려 접근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 대도시라고 해도 은행 점포는 빈익빈 부익부인 셈이다.

시중은행들이 수익성이 낮은 지방 점포 대신 대체수단 마련이 쉬운 대도시 점포를 없애기 시작하면서 도시 내에서도 금융접근성이 취약한 이런 지역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도 “현재 점포의 대체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한 우체국이나 지역조합 같은 장소가 기존 은행 점포와 완전한 대체성을 가질 수 없고 이미 우체국이 존재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오히려 더 쉬운 지점 폐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하는 주된 이유는 결국 비용 문제로 귀결된다. 채널 운영의 효율화 차원에서 영업점 통폐합이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 점포에는 비용만으로 산정할 수 없는 가치도 존재한다. 대면 서비스가 주는 고객 신뢰감 형성과 브랜드 정체성 확립 등에 여전히 중요한 공간이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은행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사회공헌에 한 해 수천억원의 돈을 쏟아 붓는다. 오프라인 점포 운영도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라 사회공헌 차원에서 접근하면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