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맛과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찾아 우리는 노포를 찾고 단골이 되어 서로의 정을 나누게 된다.

변함없는 노포 중에 하나인 ‘어머니대성집’은 신설동역과 제기동역 사이 용두동에서 1967년부터 시작해 해장국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최근에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방송을 하는 프로그램과 유튜브에도 자주 등장하고, 애주가로 유명한 성시경이나 신동엽 씨도 이곳에 자주 방문하며 메뉴에도 없는 술국을 주문할 정도의 단골로 알려져 그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나 역시도 술을 좋아하던 그 때에는 최애의 안주로 부담없이 맛나게 먹을 수 있는 해장국, 육회비빔밥, 육회, 꼬치산적, 수육, 등골, 간천엽 등을 먹으러 갔었고, 그 맛이나 분위기는 믿고 가볼 만한 가치가 충분이 있다고 여겨진 식당이었다.

지금도 평일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특히 애주가들을 이끄는, 첫 술에 속 깊이 시원함 타고 내려가는 해장국부터 수육, 해장에도 어울리는 안주들로 알차게 구성된 음식을 접할 수 있다. 물론 맛에 대한 호불호와 번잡한 분위기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야들야들하게 결이 찢어지는 듯한 모듬 수육은 잡내없이 삶아낸 이 집만의 비법이 느껴지며 더욱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편한 사람들과 격 없이 찾을 수 있는 이곳에서 부위별로 간장 양념에 콕 찍어 한 입 먹다 보면 자꾸만 바닥을 보여주는 소주를 끝도 없이 들이키며 ‘술 도둑’에 빠진 적도 여러번 이었다. 물론 나는 이 집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며 그냥 이곳은 나만의 기호가 반영될 뿐이다.

그렇게 좋아하고 술친구들과 놓치지 않던 그곳이 이제는 나의 신상 변화에 따라 조금씩 멀어지고 있음에 안타까움이 있다. 소리없이 다가와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간 질병으로 인해 술을 맛볼 수 없고, 술자리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연락을 주고 받는 술친구들이 가끔 나를 위로하듯 오늘 그곳에서 간단히 식사라도 하자는 말에도 난 옛날과 같은 설레임이나 흥분도 그다지 없이 자리를 함께 한다.

시간과 잔의 부딪침이 길어질수록 친구들은 흥이 달아오르고 대화들이 직진에서 꼬임으로 혼란스러워져도 난 큰 반응없이 물만 비우며 바라볼 뿐이다. 함께 젖어 동질감을 가지고 빠지다 보면 같은 모습으로 기쁨과 흥분에 쌓였겠지만, 맹숭맹숭한 정신으로 물에 떠도는 기름처럼 멀쩡해 외롭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가끔은 술 없이 생각나는 해장국이 당기고, 부드러운 수육의 담백함을 찾으려 친구들과 함께 그 집을 방문하고 옛 추억에 빠져든다. 비록 내가 그전처럼 단골로 자주 찾지는 못해도 그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기쁨과 흥분을 안고 들어온 여러 손님들을 받고 맛난 음식을 제공하며 성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