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필의 시선] 삼성물산·신세계인터내셔날과 F&F,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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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8 10:33 | 최종 수정 2024.11.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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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경기 불황이라고 말은 여느 때와 같지만 올해는 특히나 패션기업들의 마음 고생이 심했다. 겨울철 패션시장 성수기가 왔지만 웃을 수만도 없다. 3분기 잠정 집계된 실적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여전히 불안과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패션시장 대기업으로 불리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실적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 매출 43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줄었고,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6%가 뚝 떨어졌다. 지난해 패션으로만 2조 매출을 올리며 패션시장 왕좌 자리에 올랐지만 ‘패션시장 소비심리 위축’의 장벽은 높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3분기 매출액은 310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9% 상승이 예상되지만 전분기 133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이 주저앉은 셈이다.
명실상부 패션시장 대장주로 거론되는 F&F는 업황 부진 직격탄을 맞는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69% 감소한 4746억원, 영업이익은 17.5% 감소한 1225억원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삼성물산과 신세계인터내셔널과의 영업이익율과 수치를 비교하면 기초 체력이 다르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간 수입 브랜드로 빠르게 외형을 확장해왔던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주력 브랜드였던 톰브라운이 기존 라이선스 계약에서 리테일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이 생겼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주요 브랜드들과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되면서 지난해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반면 F&F는 여전히 중국에서 MLB 매출 2조원,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아시아 사업권 획득 등으로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패션시장 관계자들은 F&F는 패션과 전혀 상관없던 IP를 가져와 본래 IP가 가진 매력을 살리는 동시에 패션 내 다양한 스타일로 뻗어가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패션 브랜드는 크게 수입 브랜드와 내셔널(국내) 브랜드로 나뉜다. 수입 브랜드도 해외의 브랜드 라이선스를 가져와 로열티를 지불하고 판매하는 방식과 외국 브랜드지만 제품 생산 권한을 가져와 국내에서 생산·기획·판매하는 방식으로도 갈린다. 굳이 여기서 더 나누자면 전자가 삼성물산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었다면 후자는 F&F로 정의된다.
명품 소비가 줄고 신명품 브랜드들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톰브라운이 삼성물산 품을 떠나 직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입 브랜드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국내 패션기업들에게 과연 지속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아웃도어로 봐야하나?” 몇 년 전 패션업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은 질문이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가 ‘탐험’이라는 키워드 아래 차별화된 아웃도어 브랜드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식된다는 점은 패션업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디스커버리에 익스페디션(탐험)이 붙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됐다.
결국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소비자가 공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소비자 정서를 잘 알고 있는 국내 기업이 브랜드를 핸들링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에잇세컨즈를 기획했던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 사장의 복귀와 자주를 기획했던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 회장 취임이 양 사가 브랜드를 전개하는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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