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균의 참견] 밸류업 뒤에 숨은 금융지주 ‘역대급’ 실적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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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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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또 역대급 실적을 썼다. 이들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9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2%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 4조8876억원을 뛰어넘는 역대급 실적이다.
당초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비이자이익 증가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선방이 힘을 보탰다. 그간 은행 이자이익 의존도를 줄이고 수익 다각화에 노력한 성과로 풀이된다.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든 금융지주이지만 정작 실적보다는 밸류업에 더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는 실적 발표 자료에서도 드러나는데 제목과 상단에 주주환원율과 자사주 소각 등 밸류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밸류업 계획을 공시할 예정이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이 특히 그랬다. KB금융의 경우는 양종희 회장이 직접 밸류업 계획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주주총회가 아닌 실적 발표 자리에 금융지주 회장이 등장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장면이다.
금융지주의 분기배당이 정례화되면서 분기 실적과 함께 배당금, 자사주 매각 등 주주환원책이 발표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올해는 정부 주도의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금융지주의 밸류업 계획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지난달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 높을수록 총주주환원율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앞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중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주주친화적 자본정책 지속을 약속했다.
밸류업 계획은 중요하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면 주주환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핵심 지표로 삼고 있는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보통주자본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을 합산한 것이고 RWA는 자산의 위험도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CET1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수익성을 제고해 분자인 보통주자본을 키우거나 분모인 RWA를 줄여야 한다.
밸류업 계획 자체는 일종의 선언적 의미가 크다.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환원율을 이만큼 확대하겠다고 알리는 것이다. 밸류업을 현실화하는 것을 결국 실적이다.
주요 상장사들 중에서도 4대 금융지주가 우수한 밸류업 계획을 내놓을 수 있던 데에는 역대급 실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금융지주가 분기 성적을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고 적극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역대급 실적에 따라 붙는 ‘이자장사’ 논란에 대한 우려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은행권에 상생금융 압박이 본격화된 것도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이 빌미가 됐었다.
달리 말하면 실적이 좋아야 상생금융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밸류업과 맥락이 같다. 역대급 실적에 기업이 당당해야 통큰 상생금융도 적극적 주주환원도 가능하다. 그러면 이자장사로 비난 받는 일도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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