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 매각 구체적 검토..日정부 앞세운 소프트뱅크, AI분야 속도

임윤희 기자 승인 2024.05.13 14:20 의견 0
네이버 사옥 (자료=네이버)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네이버가 ‘라인’의 지분 매각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소프트뱅크는 AI 분야에 속도를 내며 네이버의 지분 매각 이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 공식입장을 내지 않던 네이버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하고 있다"며 "가장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사실상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지분 전량 혹은 일부 매각 등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 주식을 한주라도 넘기면 2대 주주 지위로 떨어진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사인 A홀딩스이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나눠 가졌다.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지난 10일 기준 약 25조원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의 지분 가치를 시총으로 추산하면 8조원 상당이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전량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할 경우 소프트뱅크는 최소 8조원을 마련해야 한다. 라인야후 산하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가치는 약 10조원으로 예상된다.

네이버가 ‘라인’의 지분 매각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자료=연합뉴스)

소프트뱅크 AI분야 88조 투자, 日 정부 3700억지원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공식화 하면서 이번 사태를 두고 일본 정부가 개입해 네이버의 라인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AI분야에 투자를 밝힌데 이어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서면서 기술력으로 앞선 네이버를 대체하고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이 AI 분야에 최대 10조엔(약 88조원)의 투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술 변화에 맞춰 주력 사업을 전환해온 손 회장이 AI 혁명에 대응할 사업 준비를 구상 중"이라며 "최대 10조엔 규모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몇 년간 투자사업 부진으로 보수적인 운영에 주력했다. 지난해 핵심 투자사업인 비전펀드가 기술 부문 침체 속에서 4분기 연속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는 재정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지난해 72억달러(약 9조 4341억원)의 알리바바의 주식을 매각한바 있다.

2022년(2022년 4월~2023년 3월)에 1조 엔 가까운 영업적자를 낸 소프트뱅크의 실적은 이달 13일 발표가 예정된 2023 회계연도에서는 큰 폭으로 개선돼 수중 유동성이 충분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뱅크의 스타트업 펀드인 비전 펀드는 최근 자산을 상당 부분 매각하고 AI와 반도체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손 회장의 핵심 구상 중 하나는 AI 전용 반도체의 개발이다. 미국 엔비디아처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형식으로 2025년 봄 시제품을 제작해 같은 해 가을 양산 체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를 위해 90%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에 신사업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AI 전용 반도체 개발 뿐 아니라 2026년 이후에는 자체 개발한 반도체에 기반한 데이터센터를 유럽과 아시아, 중동에 세우는 방안 등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소프트뱅크에 인공지능(AI) 관련 보조금으로 수천억원을 지원하고 나섰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경제산업성은 소프트뱅크의 AI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정비에 최대 421억엔(약 3700억원)을 보조한다고 발표했다.

보조금은 데이터 학습 등의 기반이 되는 슈퍼컴퓨터 설치를 지원함으로써 국산 생성형 AI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슈퍼컴퓨터를 자사의 생성형 AI 개발에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외부의 AI 개발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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