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대주주인 위탁처(네이버)에 자본의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
일본의 라인야후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이 지난 8일 열린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에 모회사의 공동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공식화했다. 네이버가 일본 진출 이후 13년간 공들여 키운 라인을 사실상 빼앗기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라인야후는 개인정보유출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행정지도와 함께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라인 야후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은 정보 유출문제대응책을 발표했다. 대응책안에는 ▲네이버와 위탁관계 순차적 종료 및 기술 독립 추진 ▲사외이사 67%로 증가 ▲네이버 출신 신중호 CPO 이사회 제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협상 진행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날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됐다. 기존 사내이사 4명에 사외이사 3명이던 이사회를 사내이사 2명에 사외이사 4명 체제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신 CPO에 대한 조치를 두고 업계에선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격의 경질로 보고 있다. 외부 시각과 달리 이데자와 사장은 “경질로 여기진 말아 달라”며 “대주주들과 사외이사를 늘리는 방안은 보안 강화 측면에서 이전부터 논의해온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 CPO는 이사직에서 물러나지만 CPO직은 유지한다. 이사회 내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 CPO가 물러나면서 라인야후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라인'서비스를 출시했다. 이후 5년동안 라인은 뉴욕과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하면서 급성장했다. 21년에는 야후재팬간 경영통합으로 A홀딩스를 출범했다.
라인야후는 출시한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96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태국(5500만명), 대만(22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를 포함해 아시아 시장에서 2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에서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발표됐고 조사결과 정보 유출 피해 규모가 51만여건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라인 지분 10조 추정..매각은 쉽지 않을 것
라인야후의 공식 발표 이후에도 네이버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네이버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밝힌 “중장기적 전략 관점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 이후 바뀐 게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지분 전량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할 경우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세운 A홀딩스가 6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중 약 33%를 가진 셈이다. 지난 7일 기준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이 2조8800억엔(약 25조38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가치는 약 8조40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을 소프트뱅크가 전부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크다"며 "일본 외에 대만, 태국 사업과 라인망가, 네이버제트 등 다양한 사업이 연결돼 있어 전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모펀드(PEF) 등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에는 라인야후의 덩치가 너무 크고 성장세도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마찰로 이어질 수 있어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도 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문건엔 '관계의 재검토'라는 표현이 들어갔을 뿐 매각이 언급되지 않았다"며 "라인야후와 네이버의 보안 시스템을 분리하는 차원에서 일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