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작 의혹’ 불쏘시개 된 다음..드러난 포털의 한계성

한중 축구 클릭 응원, 매크로 조작 수사 의뢰
여론조작 방관 지적에 ‘포털 책임론’ 도마 위
정부, TF팀 꾸리며 포털사업자들 향한 ‘칼날’

김명신 기자 승인 2023.10.04 12:56 의견 0
(사진=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포털사이트 다음이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포털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전이 예상된다. 포털의 여론조작설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포털 사업자를 둘러싸고 정부가 플랫폼 규제와 완화 정책을 잇따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다음 논란’은 사회적 아젠다(Agenda, 의제)가 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응원페이지 무기한 폐쇄’에 나섰다. 다음 측은 “해당 페이지가 본 취지와 맞지 않은 오해로 논란이 된 것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다음 여론조작 의혹은 지난 1일 한국과 중국의 남자축구 8강전 당시 중국 응원 클릭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 촉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에 따르면 8강전 경기 당시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클릭 응원은 2000만건으로, 전체 응원 클릭의 91%를 차지했다.

다음에 따르면 ‘응원페이지’는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한 사람이 여러 번 응원을 클릭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비율은 별도의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은 ‘클릭 응원’ 비율로, 포털 로그인을 거쳐야 하는 ‘댓글 응원’에서는 한국 응원 비중이 압도적으로(99%) 나타나 이례적인 대조를 이뤘다는 점이다. 다음이 매크로 프로그램(자동입력반복) 동원 등 조작에 취약했다는 한계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중 의원은 “우리나라 포털에 대한 중국 특정 세력들의 개입이 일부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고, 나아가 중국 IP를 우회해서 사용하는 북한의 개입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공방전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통해 “포털 사이트는 중국 등 해외 IP로 접속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에 대한 국적 표기와 댓글 서비스 원천 폐쇄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포털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면서 “다음 포털은 즉각 자체 조사를 실시하되 그 과정과 결과를 공개해야 할 것이며, 문제점에 대한 당국 조사에 협조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과방위 소속 김병욱 의원 역시 성명서를 내고 “다음이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간다면 여론조작 방관자를 넘어 여론조작의 몸통으로 의심받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도 대대적인 조치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한 총리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긴급 현안 보고를 받은 뒤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TF를 시급히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국무조정실이 전했다.

방통위는 앞서 해당 경기 전후로 다음 ‘응원클릭’ 약 3130만건(확인 IP 2294만건)을 긴급 분석한 결과 “댓글 중 약 50%는 네덜란드,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다음 측은 일단 ‘응원페이지 무기한 폐쇄’ 조치에 나섰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서는 본 취지를 악용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뉴스와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다음이 일차적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선 만큼 실태 점검이나 제도개선의 칼날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카오 측은 “다음스포츠 '클릭 응원'은 2015년 3월 처음 선보였으며 로그인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수 있는 기능”이라면서 “많은 이용자가 참여하고, 수시로 양 팀을 응원할 수 있도록 비로그인 기반에 응원 횟수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슈가 된 한중 8강전에 대한 내부 파악 결과, 클릭 응원에 약 3130만 건의 응원이 있었으며, 한국 클릭 응원이 6.8% (211만 건), 중국 클릭 응원이 93.2%(2,919만 건)으로 집계됐다”면서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 5591개 중 국내 IP 비중은 95%(5318개)로 일반적인 수준이었으나, 확인된 IP가 만들어낸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 건 중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 건)이었다”고 경위를 전했다.

이어 “해외 IP 응원 수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 건을 차지했다. 해당 IP의 클릭은 경기가 끝난 2일 00시 30분경부터 이뤄졌다”면서 “한중 8강전 클릭 응원 수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 시간 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며 모니터링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