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의 공공성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은행권의 점포 폐쇄 흐름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사전영향평가의 내실화를 예고한 데다가 금융노조는 25년 전 폐지된 ‘점포 폐쇄 인가제’ 재도입까지 요구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정의연대는 전날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규탄하고 폐지된 ‘점포폐쇄 인가제’를 재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은 지난 5년간 1000여 개 이상의 점포를 폐쇄했다”며 “이는 금융취약계층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들의 직접 피해를 철저히 외면한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는 은행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의 원인으로 유명무실한 점포 폐쇄 사전영향평가를 들었다.
금융당국은 1998년 이전에는 은행 지점의 신설과 폐쇄에 대해 인가제를 운영했으나 이후 사후 신고제로 전환했고 이마저도 2000년부터 폐지했다.
이후 은행권은 지난 2019년부터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도입해 점포를 폐쇄할 때 사전영향평가를 통해 자율적으로 점포 폐쇄를 결정해왔다. 점포 폐쇄 이전에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대체수단을 결정해 운영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사전영향평가가 은행 자체적으로 실시되고 평가 결과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사전영향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점포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4대 시중은행은 평가 항목에 대해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결과를 심사하는 외부전문가들이 객관적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본 절차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류제강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실효성없는 점포폐쇄 가이드라인과 사전영향평가로 오히려 점포폐쇄를 촉진하고 있다”며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점포폐쇄 절차 개선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도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은행권의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은행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자금중개 기능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등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영업시간 정상화 지연, 영업점 폐쇄 지속과 같이 서민·고령층의 금융접근성을 제한하는 등 공공성을 간과하는 사례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에 은행 점포폐쇄 현황 지속 점검과 사전 영향평가의 실효성 제고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 22일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촉진을 위해 구성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은행 점포 폐쇄 절차와 관련해 법제화하는 등 제도권 안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도 은행의 공공성을 현행법의 목적에 명시한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시중은행들도 예년만큼 점포 폐쇄 수를 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73곳의 영업점을 통폐합했던 신한은행은 올 들어 영업점 1곳과 출장소 3곳을 인근 영업점과 통폐합하는데 그쳤다. 4월 김포 고촌·고양 백마·안양 호계동지점 등 6곳이 추가로 문을 닫는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구로구청·도봉구청·동대문구청지점 등 6곳을 정리한데 이어 지난 6일 아모레퍼시픽 출장소의 문을 닫았다. 지난달 통폐합된 6곳의 지점은 구청에 입점한 영업점으로 서울시의 구금고 계약 종료에 따른 결과다.
하나은행은 아직까지 올해 통폐합 예정 점포가 없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각각 58곳, 15곳의 영업점을 통폐합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점포 운영 계획이 다르겠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2, 3년간 영업점 수를 많이 줄여온 상황”이라면서 “올해는 예년만큼 영업점 통폐합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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