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KB금융지주 이사회와 노조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B금융 이사회사무국은 노조 추천 후보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유했지만 노조는 KB금융의 해외사업 부문 부진을 들어 글로벌 전문가인 추천 후보의 영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사무국과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7, 8일 잇따라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자료를 공시했다.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사외이사 선임을 각각 반대, 찬성하는 내용이다.
의결권대리행사는 다수의 의결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주주의 위임장을 받아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주총에서 의사정족수 확보 차원에서 주주들에게 의결권대리행사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중요 의안의 표결에서 유리한 결과 내기 위해 행사되기도 한다.
KB금융의 경우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이 쟁점이 됐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를 지낸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B금융 이사회사무국은 지난 7일 주주들에게 의결권대리행사를 권유하며 “당사는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이 선임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엄정하게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이에 이사회는 이러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KB금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검증결과 김 전 부행장이 KB금융 자회사인 KB자산운용과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는 법인에서 상근 임직원을 지낸 경력이 있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또 노조에서 지적한 글로벌 부문 사외이사 영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KB금융 이사회사무국은 “각 이사들은 국내 및 해외 금융기관에서 CEO 내지 직원으로 근무하거나 국제 경제 및 금융 분야에서 오랜 기간 명망 있는 전문가로 활동하는 등 경력 및 전문성이 충분하다”며 “현 이사회의 전문성과 균형 있는 구성에 비추어 본건 주주제안과 같이 해외 사업 관련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노조도 하루 뒤인 지난 8일 주주들에게 의결권대리행사를 권유하며 즉각 반박했다. 노조는 “KB금융은 현재 14개 국가에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2020년 기준 KB금융지주의 해외사업부문 순이익은 1112억원으로 경쟁사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과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인수를 대표적인 해외사업 부문 실패 사례로 들었다. 노조에 따르면 KB금융은 BCC은행 지분에서 1조원의 평가 손실을 봤고 부코핀은행 지분 인수에도 1조원의 자본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KB금융이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리스크관리와 함께 실질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해외사업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충원해야 한다”며 “KB금융의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주주제안으로 이뤄진 사외이사 후보에 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조가 추천한 김영수 후보자는 수출입은행에서 플랜트금융부장과 여신총괄부장을 지냈고 신성장금융본부와 중소중견기업금융본부 부행장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투자사업본부장을 지냈다가 현재는 중소기업인 한국팬트라 비상근 고문으로 있다.
김 후보자 자신은 직무수행계획서에서 “해외사업 금융전문가로서 다양한 국가별 리스크 취급 경험을 토대로 KB금융 해외사업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진출국가의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그룹의 글로벌 진출전략이 지속가능성 있게 구체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과거 네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매번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1호가 탄생하면서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도 주총을 통과하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책은행의 사외이사는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의 임명만 거치면 되지만 민간 금융사는 과반이 넘는 주주의 찬성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가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17% 찬성표를 얻은 후 가면 갈수록 찬성표가 줄어들고 있다”며 “사외이사 추천 시도는 좋지만 KB금융의 경우 외국인 주주가 70%라 다수 찬성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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