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이 취임 첫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3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끌어내고 있지만 4대 시중은행 대비 성장성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다만 취임 초부터 강조한 디지털전환에서는 조기성과를 보이면 중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권 행장 취임 이후 올해 3분기까지 1조237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고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30.4%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0.30%, 대손충당금적립률 187.89%를 기록하는 등 건전성 지표들도 개선됐다.
하지만 올해 호실적은 은행권 전반적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가 8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 4대 시중은행 대비 성장성 한계 노출
농협은행은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해 성장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1분기 4097억원의 순익을 거둬 전년 대비 29.6% 성장한 데 이어 2분기 누적 기준 순익으로 8563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17.8% 늘었다.
그런데 3분기에 와서는 누적 순익 증가율이 10.9%로 쪼그라들었다. 3분기 당기순익으로 3812억원을 거둬 전년대비(3887억원) 1.9% 줄어든 탓이다. 5대 은행 가운데 3분기 역성장한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이는 비이자익이 크게 줄어들어서다. 농협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분기 983억원을 기록한 이래로 2분기 263억원, 3분기 143억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408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뒀지만 올해는 절반 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권 행장이 취임 초 ‘언택트 WM로드쇼’를 개최하는 등 비이자이익의 핵심인 자산관리(WM)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권 행장은 취임사에서 “최고 수준의 리스크 관리로 자산의 질을 개선하고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권 행장의 WM사업 차별화 등 비이자이익 강화 전략은 내년 핵심과제로 남겨뒀다. 권 행장은 3분기 진행된 영업본부장 대상 사업추진전략회의에서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WM사업 중심의 비이자이익 개선과 글로벌사업의 단계적 확장 등을 주문했다.
■ 농협금융 특색 살린 디지털전환 ‘성공적’
권 행장이 지난 1년간 강조했던 성장의 또 다른 축인 디지털전환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권 행장은 농협금융 본연의 역할을 살린 농업에 특화된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취임 첫 행보로 청년 스마트팜 농장 방문을 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중소형 스마트팜 전용상품인 ‘NH스마트팜론’을 출시했다. 청년 농업인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농업의 디지털화를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내년 3월 선보일 예정인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NH독도버스’도 농협의 특색을 살린 디지털전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독도버스는 사용자가 독도 주민증을 발급받아 땅을 구입해 집과 건물도 지을 수 있고 낚시와 농사 등 미션을 통해 보상을 얻는 메타버스 기반 플랫폼이다. 서비스 출시 전 사전 가입자가 3만명이 넘는 등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달 1일 선보인 ‘NH마이데이터’에서는 공공·금융 마이데이터를 결합한 ‘맞춤 정부 혜택’을 제공한다. 가족 구성원 특성에 맞는 정부와 지자체의 혜택을 추천하고 안내해주는 서비스다. 금융권 미래먹거리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사업에서도 자기색깔을 낸 것이다.
이는 권 행장이 농협금융의 특색을 살린 생활금융플랫폼을 구축하자는 취임 일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농협은행장은 임기가 1년으로 짧아 단기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권준학 행장이 2년의 임기를 부여받으면서 중장기 성장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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