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소비량 줄어도 오르는 우유 가격..왜?

원유 가격, 이달부터 926원→ 947원..2018년 인상폭에 비해 5배
서울우유 측, 우유 가격 인상에 대해 내부 검토 중..시기와 폭 미정
정부,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마련..연말까지 대책 마련 발표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8.23 14:43 의견 0
원유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업계는 우유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원유가격이 인상된다. 지난해 코로나를 이유로 유보됐던 원유 가격 인상이 올해 예정대로 단행됐다. 당초 정부는 물가 인상을 우려해 가격인상 철회를 위한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생산자 측의 불참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23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원유가격은 이달부터 ℓ당 21원 오른 947원이다. 낙농진흥회는 원유 가격 인상 내용이 담긴 유대조견표를 지난 17일 오후 각 우유업체에 보냈다. 이에 따라 국내 유기업들은 이달치 원유 대금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해 납부하게 된다.

다만 원유 가격 인상과 달리 우유 소비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6.3㎏으로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우유 소비량이 줄자 분유 재고도 쌓이고 있다. 소비되지 않은 우유는 분유로 가공·보관된다. 즉 분유 재고량이 많으면 우유 소비량이 줄었다는 의미다. 분유 재고량은 올해 2월 기준 1만2109톤으로 4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원유 가격 인상 배경에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지난 2013년 도입된 수요·공급과 관계없이 생산비를 반영하는 제도다. 정부가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낙농가의 최소한의 비용 보장을 위해 생산비 보장과 공급량 안정을 이유로 도입했다.

낙농업은 수요에 따라 탄력적인 공급량 조절이 어려운 업종이다. 원유 공급량은 오히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생산량이 늘거나 주는 식이다. 또 구제역 같은 감염병으로 타격을 입기도 한다. 정부는 낙농가 보호를 목적으로 원유가격연동제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 결정구조는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낙농가는 원유가격연동제를 바탕으로 원유 가격을 2년에 한 번씩 인상했다. 문제는 원유 가격 인상에 원유 생산비 지표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생산비나 물가가 오르면 올리는 구조로 수요 증감의 영향은 없다. 우유 소비가 줄어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우유 가격 인상이 다시 물가로 번지는 ‘밀크 인플레이션’도 우려된다. 밀크 인플레이션은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우유가 원재료인 빵과 아이스크림, 커피 등 값이 올라 전반적인 식품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행 제도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우윳값을 올리기 때문에 물가에 의해 오른 우윳값이 다시 물가를 올리는 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인상폭은 지난 2018년 인상폭 ℓ당 4원의 5배 이상이다. 2018년 8월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당해 우유업계 1위 서울우유에 이어 남양유업도 우유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같은 해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제품 가격도 잇따라 인상됐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원유 가격 인상뿐 아니라 부자재나 생산비용 등 기타 비용 인상으로 물가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석 전후 인상 시기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시기나 인상 폭은 결정된 바 없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원유가격연동제 개편에 칼을 빼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한다고 전날(22일) 밝혔다. 가격 인상 유보 이후 지난 1년 간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가 생산비 연동제 등 개선을 논의했으나 진전이 없었다. 이에 정부를 중심으로 농식품부는 오는 25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1차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농식품부 박범수 축산정책국장은 “우리 낙농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가격결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낙농가의 소득안정, 낙농산업의 생산성 향상 및 생산비 절감 등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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