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과 차별성을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가 없었는데도 증권신고서를 자진해서 정정했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을 적극 강조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본격적인 상장 일정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전날 카카오뱅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일각에서 카카오뱅크 공모가 거품 논란이 제기됐지만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중대한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는 별개로 카카오뱅크는 증권신고서에 첨부한 예비투자설명서를 정정하고 이를 공시했다. 공모가 거품 논란이 제기된 이유인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과 비교대상 기업 선정 이유 등을 덧붙였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별도 수정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설명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정정된 투자설명서에서 공모가 선정 시 비교회사군에 국내 상장 금융지주 및 은행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은행업을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으로 영위’한다는 점에서 전통 금융지주 및 은행과는 라이선스 측면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과 ‘전자금융거래’ 측면에서의 중요도뿐 아니라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발행주식의 34%까지 보유할 수 있는 혁신적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어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라이선스와 법령 상의 근본적인 차이점 때문에 단순히 오프라인 점포 유무뿐만 아니라 인력 구성, 상품 기획, 마케팅 방식 및 점포, IT인프라 등 각종 영업자산의 보유·운영 형태의 차별화로 이어진다고 봤다.
높은 월간활성이용자(MAU)를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과 여기서 파생되는 높은 성장성도 차별점으로 꼽았다.
카카오뱅크는 “동사는 압도적인 모바일 유저 기반과 활동성을 바탕으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 및 성장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상장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새로운 방식의 성장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 비교 선정기업 4곳과 공통점 강조
카카오뱅크는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비교 대상으로 선정한 로켓컴퍼니, 패그세구로, TCS 그룹, 노르드넷 등 글로벌 금융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들 회사의 사업영역이 카카오뱅크와 다르다는 지적에 직접 해명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로켓컴퍼니가 주택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수신을 기반으로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자사와 차이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100% 온라인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카카오뱅크가 출시 예정인 주택담보대출과 유사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봤다.
패그세구로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중소 상공인 대상 핀테크 플랫폼이다. 카카오뱅크는 디지털 은행이자 핀테크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그 지향점이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주식 중개회사인 노르드넷은 주식중개로 인한 수수료수익이 이자수익보다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의 영업수익 구조와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TCS그룹은 100% 디지털 은행인 틴코프 뱅크를 출범해 플랫폼 기반의 소매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서 카카오뱅크와 가장 유사한 기업이다.
■ 금융 기술 R&D 등 신규사업 계획 밝혀
카카오뱅크는 공모자금을 활용한 신규사업 계획에도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상장 후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행보를 강조하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초로 설립한 금융기술연구소를 통해 외부 핀테크 기업 및 연구기관, 레그테크 기업 등과 기술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비대면 화상 인터페이스 구현, 고색 상담의 지능적 처리, AI(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금융 기술 R&D(연구개발) 분야에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술·콘텐츠·플랫폼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사업 제휴 및 지분투자, 공동투자, 입수합병을 진행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국내외 핀테크 기업 M&A(인수합병)에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진출에도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카카오뱅크는 라이선스 획득을 통한 직접 진출 방식보다는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약 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기자간담회 통해 고평가 논란 정면돌파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전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정된 투자설명서와 동일한 논리를 반복하며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윤 대표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IT와 결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금융혁신을 위해 사업을 해야한다”면서 “은행주가 아닌 금융플랫폼으로 분류하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는 1등 은행 및 금융 플랫폼이 아닌 그 이상을 추구한다”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고 기존 금융회사들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새 신용평가모델을 바탕으로 중금리·중신용 대출을 늘리는 한편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오토론 등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은행권과 차별화되는 금융 상품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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