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뱅크가 상장 후에도 성장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차이점을 강조하며 논란 불식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20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공모가를 확정하고 26일부터 27일까지 개인 투자자 대상 청약 접수를 진행한다.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6일이다.
카카오뱅크는 희망 공모가를 3만3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 금융사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내 4대 금융지주 대비 공모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은행이 아닌 로켓컴퍼니, 패그세구로, 타타컨설턴시서비스, 노르드넷 등 글로벌 금융플랫폼 기업 4곳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다. 전통적인 은행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하지만 이들 회사와 카카오뱅크는 수익성, 사업영역, 플랫폼 성격 등 측면에서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교회사 선정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높은 주가자산비율(PBR)을 가진 회사 선정을 위해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해외기업들을 물색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발생한다”며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 대비 7~12배 높은 PBR을 제시하는 공모가 범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은경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사측은 산업, 규모, 재무, 사업 유사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금융업이 가지는 국가별 또는 지역별 특징,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 등은 배제한 체 해외 디지털 금융 사업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아전인수식 해석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가 은행이냐 플랫폼기업이냐 하는 논란은 향후 성장성과도 연관된다. 카카오뱅크가 은행이라는 관점에서는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 한다. 이는 곧 사업 확장에 제약이 없는 모회사 카카오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기존 국내 은행과 차별화된 비은행 서비스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 연구원은 “기존 은행들이 금융지주 형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증권이나 보험과 같은 비은행 자회사는 카카오페이가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비대면 영업은 영업 방식의 차이일 뿐 사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장을 앞두고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카카오뱅크는 직접 기존 국내 은행과 차이점을 강조하며 논란 불식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전날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은행업을 전자금융거래의 방법으로 영위한다'는 점에서 전통 금융지주 및 은행과는 라이선스 측면의 근본적 차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압도적 모바일 유저 기반과 활동성을 바탕으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확장성 및 성장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상장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새로운 방식의 성장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20일 오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윤호영 대표는 “혁신기업 판단 기준은 전문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많이 쓰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카카오뱅크는 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 모바일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적인 기술, 강력한 플랫폼 파워, 카카오 에코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금융 경험을 선사하며 은행을 넘어 금융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성장 지향점으로 ‘가장 많은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No.1 리테일뱅크 ▲No.1 금융플랫폼’을 꼽았다. 은행 상품과 서비스의 지속적인 디지털 혁신과 상품 경쟁력을 확대해 ‘고객들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공모로 조달할 자금의 사용처도 카카오뱅크의 미래 방향성에 맞췄다. 중저신용고객 대상 대출 확대 등을 위한 자본 적정성 확보와 우수 인력 확보 및 고객 경험 혁신과 금융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금융기술의 R&D(연구개발)와 핀테크 기업의 M&A(인수합병),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에도 공모자금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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