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속 ‘파운드리’ 호황인데..몸값 뛴 DB하이텍, 증설은?

박민혁 기자 승인 2021.05.27 16:14 의견 0
DB하이텍 연구원들이 생산된 웨이퍼를 살펴보는 모습 [자료=DB하이텍]

[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에서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몸값이 뛰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0위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매출(2437억원)을 기록했다. DB하이텍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25개월째 공장 가동률 100%다. 투자업계는 DB하이텍이 올해 1조원 클럽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다품종 소량생산 유리한 8인치 웨이퍼

반도체는 한 장의 웨이퍼에서 얼마나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된다. 8인치보다 큰 12인치가 유리하다. 때문에 우리나라 주력 웨이퍼는 12인치다.

반면 8인치는 12인치보다 부가가치는 낮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DB하이텍 부천공장 [자료=DB하이텍]

개별 소자와 자동차용 반도체(MC),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CIS(이미지 센서)에 집중돼 있다. 12인치는 소품종 대량생산에 어울린다.

2010년대 이후 반도체 투자가 12인치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8인치 생산능력은 거의 정체됐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8인치 웨이퍼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사정은 다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한 8인치 파운드리가 코로나19 사태로 부활했다”며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에서부터 자동차까지 8인치 웨이퍼로 생산한 반도체를 찾고 있어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SK하이닉스 “8인치 생산능력 2배 확대”

8인치 웨이퍼 호황으로 SK하이닉스는 생산 능력을 이전보다 2배 이상 높이는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의 ‘K-반도체 전략’과 관련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현재보다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 증설,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린룸 [자료=SK하이닉스]

일각에선 증설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다수 파운드리 회사들이 8인치 생산을 늘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금부터 장비를 갖춘다고 해도 속도 있는 증설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결국 M&A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키파운드리가 거론된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 기반 업체로 1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공정에서 DDI, CIS 등을 만든다. 생산능력은 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로 월 8만2000장이다.

고민 커진 DB하이텍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내부 실력을 축적하고 내공을 쌓은 뒤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제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8인치 업체들은 장비 노후화 문제에 직면했다. 단종된 만큼 사후관리도 쉽지 않다.

최근 일본 캐논, 니콘 등이 12인치와 8인치 웨이퍼를 병행할 수 있는 장비를 출시했지만 대량 구매할 정도는 아니다. 일부 시설 교체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 하나를 채울 만큼 장비를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대만 파운드리 업체)와 삼성전자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다. DB하이텍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라며 ”고객과 제품군이 워낙 다양해 대규모 투자가 매출과 수익성 증대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 섣불리 증설을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