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메모리 업계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낸드 관련 제품 생산량을 조절하고 HBM와 같은 고부가 제품 생산 비중을 늘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은 2023년 3분기부터 이어진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낸드 감산에 돌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안으로 HBM 공급 확대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HBM 비중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업황은 단기적으로 약세가 전망된다”며 “모바일과 PC 모두 고객사 재고 조정이 1분기까지 이어지고 서버도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약으로 메모리 수요가 이연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낸드는 업계 내 과거 2년간 이어진 보수적인 캐펙스(CAPEX·설비투자) 집행과 감산 기조 확산으로 늦어도 올 하반기 초부터는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D램, 낸드 모두 레거시(구형) 제품을 줄이면서 선단 공정으로 전환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매출은 30조1천억원이었으며 이 중 메모리 매출은 23조원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 매출은 2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업황의 약세 속에서 메모리의 공급 과잉과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맞물려 메모리 사업부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3일 실적발표에서 “낸드는 이미 일부 공급사들이 감산을 발표했고 당사 역시 올해도 지난 2023년부터 이어진 탄력적 투자와 생산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양사는 HBM 공급 확대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HBM 비중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을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올해 2분기부터 가시적인 공급 증가가 이뤄질 것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한해 동안 공을 들여 엔비디아로부터 8단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 승인을 받으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정부에서 발표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뿐만 아니라 당사의 개선 제품 계획 발표 이후 주요 고객사들의 기존 수요가 개선 제품 쪽으로 옮겨가면서 HBM의 일시적인 수요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1c 나노 기반 HBM4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HBM4는 12단 제품을 시작으로 고객 요구 시점에 맞춰 16단 제품까지 공급할 예정이다. 공급 목표 시점은 내년 하반기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일부 고객과 내년 HBM 공급 물량 논의를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중 내년 물량 대부분에 대해 가시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낸드 공급 감소로 올 하반기부터는 낸드 공급 부족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8∼13%, 낸드 가격은 10∼15%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