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적이 좋아도 나빠도 카드사의 걱정은 '딱 하나'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5.14 13:38 의견 3
금융증권부 이정화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신용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주기가 약속 날짜에 맞춰 3년만에 돌아왔다.

갖가지 논란과 시비로 얼룩진 '수수료'는 카드사의 주수입원, 대형가맹점의 먹잇감, 중소가맹점의 부담, 그리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엔 손질하기 쉬운 재료다.

누구에겐 간절하고 누구에겐 남 주기 아까운 떡 '수수료'는 또 3년간 누구 입을 채워줄까.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지난 10일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논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수료의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산정을 토대로 2022~2024년 적용될 가맹점 수수료율이 결정될 전망이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으로 지난 2012년부터 3년마다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산정되고 있다. 이는 최근 3년간 카드사의 자금조달 및 위험관리비용 등을 바탕으로 정해진다.

이번 논의로 적격비용이 낮게 산정돼 수수료 인하가 확정되면 카드사엔 '3년 악몽' 예약이다.

수차례 적지 않은 폭으로 수수료를 인하했던 카드업계로서는 실적이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수수료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비용을 줄여 흑자를 낸 '불황형 흑자'를 호황으로 인식해 다시 수수료 인하 명분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카드사 주수입원=수수료'는 옛공식이 된 지 오래다. 카드결제액이 늘어도 이익을 담보해주지 못하는 실정에 코로나19發 소비 침체가 회복세를 보여도 카드사들의 비명 소리가 수수료 그늘 밑에서 터져나온다.

카드업계는 그간 '수수료 재난'을 견디기 위한 방어책으로 '마케팅 비용 절감'을 택했다. 소비자 혜택을 줄여서라도 살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주수입원이 가맹점 수수료인데 계속 인하되면 내부적으로 인력 감축이나 마케팅 축소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혜자카드(높은 할인율이나 적립을 제공하는 카드)가 좋다는 건 카드사도 알지만 현재는 혜택 좋은 상품을 운영하기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카드업계는 마케팅 비용 축소 외에도 자동차할부, 리스 등 부대사업에 뛰어들며 살 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 대부분이 같은 생각으로 줄줄이 진입하는 바람에 그마저도 포화된 형국이다. 본업인 결제 사업을 팽개치고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상황이 수수료발 카드업계 현주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본업으로만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신판 건수(일시불·할부)가 오른다 해도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고 줄어든 수수료 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을 줄이고 새 사업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2년간 10차례 내려간 수수료율에 290만 중소가맹점의 부담은 연 8000억원 가량 줄었다. 하지만 8개 카드사는 그만큼 적자가 늘었고 개인고객들로서는 혜택이 갈수록 줄고 있다.

"내년 초 대통령 선거에는 또 어떤 인물이, 얼마나 더 카드수수료를 내리겠다고 공약을 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라는 카드사 관계자의 말이 뒷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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