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소비자들이 보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금융권 민원 1위' 오명을 벗지 못한 것. 불법민원대행업체의 탓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막상 소비자들은 불완전판매와 보험금문제로 쌓인 불만을 터뜨리고 나섰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권 민원은 지난해 5만3249건으로 금융권 전체 민원(9만334건)의 59%를 차지했다. 전년(5만1184)보다는 4% 올랐다. 이는 보험권역의 소비자 불만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손해보험의 민원발생 건수는 총 3만2124건으로 전년 대비 4.1%(1278건) ▲생명보험은 2만1170건으로 4.1%(832건) 늘었다.
■ 손보사가 생보사보다 민원 1만954건↑.."車보험 특성 탓"
손해보험업계는 대다수 민원이 자동차보험에서 쏟아졌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 판매비중이 높고 차 사고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 정비업체 등 여러 당사자가 존재해 보험금을 둔 민원이 타보험보다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손보업권 민원 유형별로 ▲보험금 산정 및 지급이 44.2%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계약 성립 및 해지(9.8%) ▲보험모집(7.0%)이 뒤를 이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자동차보험의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가 과잉진료를 한다고 민원을 내고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불만족스러운 과실 비율로 민원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정액형보다 실손형 상품들이 많다보니 실제 손해 범위에 대해 계약자는 당연히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하고 본인이 원하는 정도의 보험금을 안주면 민원으로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 생보사 불완전판매 민원 23%↑..소비자 불만 폭주
생명보험업계는 손해보험업계보다 민원 건수는 낮지만 민원 이유를 체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생보업권 민원은 보험모집(1만1129건)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이는 전년(9346건)보다 무려 19% 증가한 수치로 전체 민원 중 52.6%를 차지했다.
특히 불완전판매(부족한 상품설명 등) 관련 민원은 9663건으로 전년대비 23.0% 늘었다.
'보험모집' 민원이 늘었다는 소식에 일부 소비자들은 "종신보험을 적금으로 속여 팔았어", "설명을 제대로 안 해주잖아", "생명(보험)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민원 넣어도 소용 없어" 등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한 20대 소비자는 "보험설계사가 적금인 척 종신보험에 가입시켰다"라며 "적금인 것처럼 중도인출 얘기 장황하게 하고 나중에 해약해도 된다더니 거짓말이었고 1년 뒤 종신보험이란 걸 알게 돼 벙쪄서 민원을 넣었지만 한 푼도 못 돌려 받고 100만원 가량 날렸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소비자는 "보험사기꾼한테 걸려서 종신변액보험 매달 100만원씩 냈는데 2년 뒤 종신보험인 걸 알게 돼 결국 절반도 못 돌려받고 해지했고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처로 남았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소비자들의 이같은 토로에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금소법 시행에 따라 판매 전 과정을 보다 세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민원 감축을 위해 관리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빠른 성과가 나타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생보는 상품군이 비교적 어렵다보니 민원이나 불완전판매 등 분쟁이 일어날 여지가 안그래도 많다"며 "불법민원대행업체도 특히 종신상품으로 많이 걸고 넘어진다"고 말했다.
2020년 금융권 민원 발생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 민원대행업체 성행...민원 발생 원인 중하나?
나날이 불어나는 '민원 건수'에 보험업계는 민원대행업체의 탓도 일부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민원대행업체는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소비자를 현혹해 보험사 및 금융당국에 민원 제기를 대행하는 불법 업체다.
그들은 방송 및 SNS 등을 통해 민원컨설팅 명목으로 민원인을 모집하고 착수금(10만원)과 성공보수(환급금의 10%)를 편취하는 영업행태를 지속적으로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업체 홈페이지 ▲방송매체(경제방송 등) ▲블로그·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과 ▲업체직원(매니저) 고용을 통해 온라인 상담 및 대면 영업을 진행한다.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이들의 악행에 칼을 빼든지 2년이 돼가지만 상황은 진전될 기미가 없다. 지난 2019년 12월 형사고발 후, 올해 2월 정식 재판으로 넘어온 뒤 두달 째 소식이 없다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식 재판으로 넘어 온 뒤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도 이들 업체에 현혹되지 말고 불만이나 분쟁해결을 위한 민원제기 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험사나 생·손보협회 등을 통해 지원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계속해서 발생할 여지가 있는 또 다른 민원대행업체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선량한 소비자가 추가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 자체는 보험사과 소비자 입장에서 마냥 안좋게만 볼 일은 아니며, 불만이 있다면 목소리를 높이고 해소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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