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해외거래소 올라 탄 '올빼미 상장'..시세조정 노린 '기습 작전' 논란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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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8:07 | 최종 수정 2020.12.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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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9시쯤 코인베이스가 파일코인을 코인베이스 프로에 상장한다고 공지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새벽 2시다. (자료=코인베이스)
업비트가 파일코인을 상장한다고 공지한 시간은 9일 밤 9시 10분 경이다. 이는 코인베이스 프로보다 몇 시간 앞선 시간으로 기습 상장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자료=업비트)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국내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국내외 대형 거래소 상장 예고 공지 이후 기습 상장을 진행해 시장을 혼탁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9일 밤 9시10분쯤 BTC마켓에 파일코인(FIL)을 상장한다고 공지했다. 최근 업비트에 상장된 프로젝트들의 상장 시간은 대부분 오후 2시경이었다. 지엑스체인(GXC) 등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오후 5시쯤에 상장됐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어도 오후 5시 이후 상장은 거의 없는 사례다.
국내 거래소가 밤늦게 프로젝트를 상장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근무시간에 상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와 커뮤니티에서는 업비트가 미국 대형거래소 코인베이스의 파일코인을 상장 시간에 맞춰 급하게 상장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코인베이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코인베이스프로 거래소에 현지시간으로 9일 오전 9시 파일코인을 상장한다고 공지했다. 한국시간으로는 10일 새벽 2시다. 업비트는 코인베이스보다 4~5시간 빨리 파일코인을 상장한 셈.
이번 상장에 대해 업계는 물론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업비트가 미국 거래소 상장에 앞서 투자자를 끌어들여 가격을 상승시키고 거래량을 늘리는 시세 조정 및 펌핑 목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투자자는 "해외 프로젝트와 협의사항이 있더라도 거래소가 밤 늦게 갑자기 상장을 진행할 이유는 없다"며 "해외 유명 거래소 상장에 맞춰 흥행을 유도하고 일시적으로 거래를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비트 관계자는 파일코인 상장은 코인베이스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파일코인 상장 전 메인넷 통합 작업과 관련해 재단 측과 조율해야 했는데 시차 때문에 대기하다 의견 조율 후 밤 9시 이후 상장했다. 통상적인 상장 시간에 맞출 수 있으면 좋지만 예외적인 케이스들도 있을 수 있다. 타 거래소을 염두에 두고 기습 상장했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답했다.
시차 때문에 밤에 상장했다는 답변도 의문이 남는다. 시차 문제라면 BTC마켓의 해외 코인들도 밤에 상장돼야 하는데 대부분 낮 시간에 상장이 이뤄졌기 때문.
이에 거래소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상장은 전적으로 거래소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시간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업비트가 기습상장 행태를 지적받은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국내 경쟁 거래소 상장 공지 이후에 업비트가 기습상장을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최근에는 빗썸과 같은 날 보라(BORA) 코인을 상장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과거 아이콘(ICON), 트론(TRON) 등 상장 때도 논란이 됐다.
거래소의 기습상장에 대해 업계와 투자자들은 매우 비판적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아직 규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악용해 과당 경쟁을 유도하고 시장을 교란해 급등락을 조장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규모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내년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새치기 상장 등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그만해야 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투자자들의 피해만 늘려 시장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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