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익이 역대급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1분기 실적 감소의 주된 원인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비용이 없어졌고 시장금리 하락에도 높은 대출 금리를 유지하면서 예대마진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를 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총 4조8759억원이다. 지난해 달성한 당기순익 4조2291억원 대비 15.3%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난 2023년 1분기(4조8991억원)와 유사한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 본사 (자료=각사)

지주별로는 KB금융이 1조5780억원의 당기순익으로 ‘리딩금융’ 자리를 예약했고 이어 ▲신한금융 1조4711억원 ▲하나금융 1조525억원 ▲우리금융 7743억원 순이다.

1분기 역대급 실적 전망의 배경에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따른 충당금 기저효과가 있다. 4대 금융지주는 홍콩ELS 손실로 지난해 1분기에만 약 1조3219억원의 충당부채를 쌓은 바 있다.

홍콩ELS 충당금 소멸로 가장 큰 효과를 본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홍콩ELS 충당부채를 인식한 기저효과로 올 1분기 48.4%의 순익 성장이 전망된다.

올해 1분기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높은 대출 금리가 유지된 것도 실적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4대 은행의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는 1.36%로 1년 전(0.64%)과 비교해 0.72%포인트나 확대됐다.

키움증권은 KB금융의 올 1분기 이자이익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한 3조3260억원을 전망하며 “1분기 연결순이익은 1.2% 상향조정했는데 순이자마진(NIM) 하락폭 전망치를 축소한 결과”라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1분기 실적 추정치는 1조4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성장이 예상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원화대출은 전분기대비 0.7% 성장(기업대출 중심)하고 은행 NIM이 1bp 상승하며 시중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순이자이익을 시현할 것”이라며 “그룹 순이자이익은 전분기 대비 0.2%, 전년 대비 3.5%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 전년보다 1.05% 증가한 1조525억원의 당기순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자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이자이익 감소가 이를 상세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강 연구원은 “원화대출은 0.9% 성장하고 NIM은 1bp 하락하며 그룹 순이자이익은 전분기대비 0.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비이자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9% 감소할 것”이라며 “지난해 환평가손실 813억원의 기저효과가 존재하지만 비은행 자회사의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금융의 1분기 설적 전망치는 7743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가 전망된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한 역성장 전망이다. 지난해 대규모 홍콩ELS 충당금을 쌓았던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관련 충당금이 적었고 통상 4분기에 있던 희망퇴직 비용이 1분기로 이연된 영향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적 대손비용 4000억원 내외로 증가한 상황에서 홈플러스 관련 추가 270억원 적립 가정에 따른 대손충당금전입 증가와 특히 명퇴비용 1700억원 발생에 따른 판관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자산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소폭 증가와 비이자이익도 자회사 실적 회복에 따른 수수료 증가, 외환환산손실 200억원 및 민생금융비용 115억원 소멸에 따라 양호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준 홍콩ELS와 같은 대형 이슈가 없다”면서 “올해 시장금리 하락에도 당분간 높은 대출 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 실적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