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주요 금융지주가 이번 주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했다. 주요 안건들이 대체로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고 대주주인 국민연금도 100% 찬성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무난한 주총 통과가 예상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26일 KB·신한·우리·BNK·DGB금융, 카카오뱅크, 27일 JB금융의 정기 주총이 열린다.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자료=각사)
올해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과 내부통제 강화, 경영진 연임, 배당 확대 및 주주환원 정책, 정관 변경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주주들과 회사, 이해관계자간 이익이 충돌하는 큰 이슈가 없고 대체로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고 있기 때문에 무난한 주총 통과가 예상된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앞서 열린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에서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주총 안건에 모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연말 기준 KB금융의 지분 8.41%, 신한금융 지분 8.57%, 하나금융 지분 9.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우리금융 지분도 6.83%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다.
국민연금은 과거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경영진 선임건에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들 이사가 기업 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했거나 당사자라는 이유에서다.
2023년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 하나금융 김홍진·허윤·이정원·양동훈 사외이사 선임 반대, 우리금융 정찬형 사외이사 선임 반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해 KB금융 노조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정관 변경 건에 대해서도 주주가치 제고에 반한다며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지난해에도 감시의무 소홀 이력을 들어 우리금융의 정찬형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에 재차 반대했다. 또 보수금액이 경영성과에 비춰 과다하다는 판단에 이수 보수한도액 승인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올해 금융지주의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금융지주들의 자체적인 지배구조 선진화, 주주가치 제고 등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세부 안건을 살펴보면 대체로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개편 요구를 적극 반영했다.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을 보유한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특히 지난해 전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고로 곤혹을 치른 우리금융은 임기만료 사외이사 5명 중 4명을 교체한다. 이 중에는 국민연금이 꾸준히 선임 반대 의사를 밝힌 정찬형 사외이사도 포함됐다. 금융권 전반의 지배구조 쇄신 흐름에 발맞춰 이사회 개편을 단행했다는 것이 우리금융측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도 상정했다.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이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주주환원정책 실행의 일환이다. 이번 자본준비금 감액으로 증가하는 배당가능이익은 3조원이다. 법인세법에 따라 3조원을 비과세 배당금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4대 금융지주에서 비과세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우리금융이 최초다.
올해 금융지주 주총 시즌의 최대 이슈로 꼽혔던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찬성 의사를 밝힌 데다가 외국인 주주 사전 투표에서도 이미 주주 과반에 가까운 연임 찬성표를 확보해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마감된 예탁결제원 외국인 주주 사전 투표 결과 외국인 의결권 약 1억2360만주가 함 회장 연임에 찬성했다. 전체 의결권 주식 수 2억8130만주의 약 43.9% 수준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2715만3120주를 더하면 과반을 넘긴다.
이밖에 KB금융은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조화준·여정성·최재홍·김성용 현 사외이사는 1년 임기의 중임(연임) 후보로 추천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도 의결한다.
신한금융은 양인집 어니컴 회장과 전묘상 일본 공인회계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곽수근, 김조설, 배훈, 윤재원, 이용국 5명의 사외이사와 지난 1월 신한은행장으로 재선임된 정상혁 비상임이사는 재선임 후보로 주주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