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회계제도 변경 후 제3보험 상품 판매에 집중해 온 보험업계가 지난해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결과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의 지급여력비율(K-ICS)도 큰 폭으로 하락해 연초부터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지난해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으나 금리인하와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결과 K-ICS 비율은 나란히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연합뉴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각각 2조1068억원과 2조73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2%, 14%씩 증가한 것이며 삼성화재는 손해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업권별 대형사들의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 7조40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으며 최초로 7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대형 생명보험사 4곳(삼성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11.45% 상승한 3조6252억원으로 집계됐다. 생·손보 평균 14.03% 상승하며 지난 2023년에 이어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이다.
이러한 호실적은 보험업계가 2023년부터 계속 제3보험 상품 판매에 주력해 온 성과로 분석된다. 제3보험이란 위험보장을 목적으로 질병과 상해는 물론 간병에 따른 금전과 급여 지급을 약속하는 대가로 수수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상해, 질병, 간병보험 등이 이에 해당하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특성을 모두 갖춰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판매할 수 있다.
특히 제3보험은 새국제회계제도(IFRS17)에서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신상품 개발 활동 역시 제3보험 영역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실제 지난해 생보협회와 손보협회에 승인된 31건의 배타적사용권 중 23건은 제3보험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최대 실적 달성에도 보험사들은 마냥 기뻐하진 못하는 분위기다. 건전성 지표인 K-ICS비율은 금리인하와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반영되며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생보업계 맏형인 삼성생명의 K-ICS 비율은 지난해 말 180% 수준으로 평가됐다. 전년 동기 대비 39%포인트 급감했으며 작년 3분기에 이어 200%를 하회한 것이다. 손보업계 맏형인 삼성화재는 26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역시 같은 기간 8%포인트 하락했다.
이어 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 KB손보는 각각 206.8%와 265.3%, 188.1%를 기록하면서 44%포인트, 64.5%포인트, 27.8%포인트씩 감소했다. 현대해상은 155.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기기도 했다. DB손보의 K-ICS 비율은 201.5%로 확인됐으며 연초 대비 31.6%포인트 급감했다.
일부 보험사를 대상으론 배당활동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금융당국이 K-ICS 비율 200% 이상 보험사를 대상으론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낮춰 배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으나 대부분의 보험사가 200%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화생명은 결산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K-ICS 비율 권고치를 겨우 상회한 현대해상의 배당 역시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K-ICS 비율은 계속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연초부터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선제적인 자본 확충에 나섰다. 메리츠화재와 DB생명보험은 각각 3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한화손보는 5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현대해상과 KB손보 역시 최대 8000억원과 5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 역시 “K-ICS 비율 제고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자본성 증권 발행은 공동재보험과 비교해 유불리를 따진 후 결정할 것이지만 현재 적극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와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이 겹친 결과 대부분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했다”며 “우선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시간이 지난 후 이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 자본성 증권 발행 외 다른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