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3년 연속된 보험료 인하와 폭우와 전기차 사고 등의 피해가 누적되면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보험료 조정 압박이 커지고 있음에도 계엄·탄핵 정국 여파로 관련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못하자 손보사들은 우선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7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롯데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2%로 전년 동기 대비 2.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한 상위 4개 보험사(삼성·DB·현대·KB)의 평균 손해율은 81.5%를 기록했다.
10월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장 높았던 회사는 87.8%를 기록한 KB손보와 롯데손보로 확인됐다. 이어 한화손보와 롯데손보, 현대해상이 각각 86.8%, 86.1%, 85.8%를 기록했으며 삼성화재와 DB손보는 84.2%, 82.9%로 뒤이었다. 7대 손보사 중 삼성화재와 DB손보를 제외한 5개 회사가 85%를 웃돈 것이다.
통상적으로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80~82%로 평가된다. 손해율이 80%를 넘어서면 보험료 수입과 비교해 지출 비용이 커 적자로 전환됐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7개 손보사의 누적 손해율이 82%를 기록한 만큼 현재 자동차보험은 적자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그동안 누적된 보험료 인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손보사들은 2022년 상생금융 차원에서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1.2~1.4% 인하했으며 작년과 올해도 2~3% 낮췄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차량 이동이 많지 않아 보험료를 인하해도 손해율이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점차 이동량이 회복되면서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여름 발생한 극한 호우와 폭염,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도 손해율을 급증시킨 원인으로 평가된다. 실제 여름이 끝난 8월달 까지의 누적 손해율을 확인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손해율 상승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익 감소로도 이어졌다.
3분기 4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총 4719억원으로 작년 동기 8176억원을 달성했던 것과 비교해 42.3% 급감했다. KB손보가 63%로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으며 이어 현대해상과 DB손보는 54.8%, 32.8% 줄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순익 1630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해율 상승과 손익 감소는 연말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겨울철 폭설과 한파 역시 손해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꼽히는데 이미 지난달 발생한 폭설로 5만건 이상의 사고가 상위 4개사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최종적으로 손해율이 90%를 초과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손익분기점을 초과한 만큼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진 상황임에도 보험료 조정 관련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보험이고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돼 보험료 인상을 위해선 금융당국과의 조정이 필요하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여파로 시작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계엄·탄핵으로 보험료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단 주장도 제기됐다.
보험료 조정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손보사들은 우선 순익 감소를 막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겨울철 사고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절기 비상 대응 캠프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제설함과 상습결빙구간 지역 리스트 최신화와 협력업체별 순찰 구역 매칭도 완료했다. 이와 함께 눈길과 빙판길 안전운전을 위해 ‘윈터 타이어’를 장착한 고객에겐 자동차 보험료 5% 할인 특약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해상 역시 한파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주요 출동 지연지역을 점검했다. 국지적 재해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전국 단위 긴급 견인지원단도 편성해 겨울철 사고 관리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일부 손보사들은 특약과 할인율 축소, 가입 기준·지급 심사 강화 등의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해서 대부분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 넘어서고 올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경제적·정치적 요인 때문에 보험료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불확실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유지하자는 의견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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