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 횡령’ 우리은행 직원, 내부통제 농락..“은행 신뢰 고객 노려”

검찰 조사 결과 결재권자 부재시 내부통제 허점·고객 신뢰 노렸다
횡령액 105억→177억원 불어..횡령 횟수도 10개월간 35회 다반사
은행·직원 신뢰 개인·법인 고객이 표적..대출 문서 위조해 허위 대출
고객 신뢰 훼손 심각..경질성 인사 단행 우리은행 “밑바닥부터 점검”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7.09 10:2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방 영업점에서 발생한 거액의 횡령 사고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영업점 대리급 직원은 결재권자 부재 시 대리 결재가 가능한 점 등 은행의 내부통제 허점과 은행을 믿는 고객의 신뢰를 노려 대출금 약 180억원을 빼돌렸다.

창원지방검찰청 형사1부는 지난 5일 허위 대출 등을 통해 약 18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담당 직원 A씨를 구속기소했다. (자료=연합뉴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창원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황보현희)는 지난 5일 허위 대출 등을 통해 약 18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담당 직원 A씨를 구속기소했다.

당초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105억2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횡령액은 약 177억7000만원으로 불었고 지난해 7월 개인 대출고객 대상 사기건도 추가로 발각됐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기업대출 담당자로 근무하면서 알게 된 기업대출 절차와 정보를 토대로 기존 대출 고객들이 은행 대출 담당자에게 갖는 신뢰를 악용했다.

특히 은행에서 정상적인 대출을 받은 개인 고객도 범행의 목표가 됐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총 네 번에 걸쳐 개인 고객 2명에게 연락해 “남아 있는 대출 절차를 위해 이미 입금된 대출금을 잠시 인출해야 한다”라고 속여 2억2000만원을 갈취했다.

A씨의 주된 수법은 기존 대출명의자의 명의를 도용해 ‘융자상담 및 신청서’, ‘여신거래약정서‘ 등 대출 신청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5회에 걸쳐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존 대출명의자 17명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 서류를 위조한 후 본점 담당자에게 전송했다. 마치 고객의 정상적인 대출 신청이 있는 것처럼 속여 약 177억7000만원을 지인 계좌로 송금 받은 뒤 이를 빼돌렸다.

검찰은 A씨가 결재권자 부재 시 관행적으로 실무 담당자가 시급한 대출 결재를 대신 해오던 점, 지점 대출요청을 받은 본점이 대출명의자가 아닌 지점으로 대출금을 송금하고 이를 지점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 점 등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이와 관련해 은행 차원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미흡했던 사실도 각각 확인했다.

앞서 지난 2022년 4월 우리은행에서는 본점의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이 약 712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기업대출과 관련한 거액의 횡령 사고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이 기업대출과 관련해 기본적인 결재 절차와 사후관리 작업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횡령 사고에 관련해 우리은행은 관련 직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내부 교육을 통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최근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내부통제 업무를 책임지는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하고 해당 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라인, 소관 영업본부장과 내부통제지점장까지 후선배치하는 등 강력한 인사상 책임을 물었다.

조병규 은행장은 인사발표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올바른 마음가짐과 책임감”이라며 “은행장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신뢰와 영업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내부통제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과 함께 시스템 전반을 밑바닥부터 다시 점검하는 등 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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