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안돼” 은행권 내부서도 고개 절레..우리은행, 또 횡령 사고
대리급 직원 100억원대 횡령..감시 허술한 단기 기업 대출 노려
자체 적발했다지만 반년 간 감시망 먹통..내부통제 노력 무색
은행권 “사후관리 절차 있을텐데..왜 조기적발 못했나 이해 안돼”
전날 책무구조도 시행령 통과..2년 만에 횡령 사고 반복 책임 묻나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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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11:11 | 최종 수정 2024.06.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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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2년 전 700억원대 횡령 사고로 곤혹을 치렀던 우리은행에서 또다시 100억원대 규모의 대출금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대리급 직원이 수개월에 걸쳐 소액의 기업대출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100억원 가량을 빼돌렸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경남 김해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대리 A씨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약 6개월 동안 100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대출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빼돌린 후 해외 선물과 가상화폐 등에 투자해 40억원 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700억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후 재발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했지만 이번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우리은행은 내부 감사 조직을 개편하고 검사주기를 단축하는 방식으로 검사업무를 강화해 왔다.
우리은행 측은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적발했다는 입장이지만 대리급 직원의 횡령이 수개월 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내부통제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들어 은행권에 부동산 가격 고가 감정 등으로 인한 과다 대출로 수백억원대 배임사고 잇따라 벌어졌지만 이번 횡령사고는 결이 다르다. 직원이 처음부터 횡령을 목적으로 허위 대출을 일으켜 대출금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씨가 서류를 조작해 3개월 만기 기업 단기여신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피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은행 내 대출 모니터링이 3개월 이상 대출 실행 건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분석이다.
짧은 만기의 기업대출을 받아 단타로 수익을 낸 뒤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이어오다 손실 등으로 상환이 힘들어지면서 내부 감시망에 뒤늦게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횡령이 수개월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은행권 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기업대출을 실행하면 회사 쪽 담당자와 통화하는 등의 확인 작업을 거치게 된다”면서 “대출 서류에 대한 지점장의 결재도 필요한데 왜 조기에 적발이 안됐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현장검사를 은행 지점이 내부통제 기준과 여신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내부통제 부실이 확인될 경우 우리은행과 관련 임직원은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년 전 우리은행 횡령사고를 계기로 지난해부터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이 추진 중인 상황이라 더욱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2년 전 횡령 사고로 기관 경고와 과태료 8억7800만원 처분을 받았고 관련 임직원들은 책임 정도에 따라 주의·견책·감봉·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책무구조도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규정한 ‘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에게 담당업무에 따른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보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작성하는 자료다.
내달 3일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은행장 등 경영진도 내부통제 부실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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