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내부통제 작동한 것 맞나..100억대 횡령 9개월간 ‘깜깜’
21일 금융사고 공시..사고기간 작년 9월 6일~올해 5월 28일
자체 내부감사 적발했다더니..9개월간 서류위변조 등 못 잡아
직원 자금 흐름 통해 이상징후 포착..자수 전 횡령 파악 못했나
금감원, 검사인력 추가 투입..금감원장 “본점에 책임 물을 것”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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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0:59 | 최종 수정 2024.06.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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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은행의 100억원대 횡령사고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장기간 이어져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우리은행은 이번 횡령사고를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적발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각종 서류 위변조 등 부당대출의 이상징후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자체 내부통제 점검을 통해 단기여신 부당대출을 발견했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현재까지 은행이 파악한 부당대출과 편취(사기 등) 규모는 105억2000만원으로 손실 예상 금액은 미정이다.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9월 6일부터 올해 5월 28일까지다. 당초 횡령 기간이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지난해부터 약 9개월간 범행이 이어져 온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직원은 수차례 대출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100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빼돌렸다. 서류를 조작해 10억원 이하 3개월 만기 기업 단기여신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내부 감시망을 피했다. 통상 은행 대출 모니터링이 3개월 이상 대출 실행건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기업대출의 경우 은행의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법인의 명의로 된 계좌로만 입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A씨가 특정 법인의 명의를 도용해 계좌를 만든 다음 대출금을 유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처음 횡령이 발생한 시기가 지주 차원에서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대대적으로 추진됐던 시기와 겹친다는 점이다. 우리금융과 은행은 지난해 7월 20일 내부통제 체제 개편과 임직원 인식제고, 역량 강화를 골자로 한 내부통제 혁신방안 도입을 발표했지만 이 같은 횡령을 방지하거나 조기에 적발하지 못했다.
횡령사고를 적발한 경위도 문제다. 우리은행은 해당 직원의 자금 흐름에서 이상징후를 포착해 소명을 요구하면서 처음 사고를 인지했다. 본점 여신감리부에서 부당대출 여부를 확인한 것은 그 이후라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직원이 경찰에 자수한 이후에나 우리은행이 횡령 사실을 파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고자가 경찰에 최초 진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얘기하다 보니 금융사고 시기가 맞지 않았다”며 “현재 조사 과정 중에 있는 사안으로 조사 경과에 따라 금융사고 시기가 확정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횡령사고 조사 과정에서 점차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정황이 드러나면서 중징계 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윰감독원장도 19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강력한 제재 의지를 밝혔다. 12일부터 긴급 검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최근 검사반 인원을 기존 6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이 원장은 19일 기자들에게 “영업점뿐만 아니라 본점 단계에서의 관리 실패도 점검하고 있는데 필요시에는 직무 규정에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본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2년 전 700억원대 횡령 사고로 기관 경고와 과태료 8억7800만원 처분을 받았고 관련 임직원들은 책임 정도에 따라 주의·견책·감봉·정직 등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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