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1대 대통령인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1992년초 서울을 방문했다. 주요 정부 부처들이 양국 정상회담의 다양한 의제 대응에 연말 휴일도 반납했다. 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인 상공부도 산업과 통상 이슈 준비에 밤낮이 없었다.

20여 언론사의 담당기자들 역시 하나라도 더 가시화하려고 휴일도 없고 밤낮도 없이 이 방 저 방을 경쟁적으로 돌아다녔다. 상공부의 이슈를 가장 집합적으로 준비한 부서는 미주통상과. 일요일 이른 아침 미주통상과에 낯선 사무관이 열심히 자료를 보고 있다. 인사도 나눌 겸 옆으로 가니 보던 서류를 황급히 덮는다.

한번 들어도 오래 기억될 이름 김학도. 통성명하고 그동안 이슈로 알려진 몇몇 정상회담 현안들을 물으니 논리 정연하다. 좀더 깊이 질문하면 신입이라 모르겠다고 보안을 염두에 두면서도 이슈 전반만큼은 훤했다. 여느 신참 사무관들과는 사뭇 다르다. 반쯤 눈감은 듯한 웃음 뒤에 예사롭지 않을 앞날이 분명했다.

30여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그가 책을 냈다. 현장에서 캐낸 성공 방정식이란 부제의 ‘500곳 현장을 필마로 돌아보니’(도서출판 달 밭)다. 91년 첫 만남 이후 30여년 어디서 무엇을 하던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으로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입문 이래 1500여 산업현장을 둘러본 결정판이다. 국제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갖고 있는 저자가 ‘탁상행정의 틀을 깨야 한다’는 신념을 경제적 지식과 생생한 현장으로 진하게 우려냈다. 현장은 시험지이자 스승이며 정책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란 인식을 저서 전면에 깔고 있다.

저자는 현장의 중요성을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란 말로 요약했다. 그가 현장에서 찾은 답은 3C+G다. 리더(CEO), 고객(Customer), 혁신(Change)에 글로벌을 더한 ‘학도 모델’이다.

저자는 이 모델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생생하게 정리했다. 1부에서는 현장,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2부에서는 현장 니즈를 반영한 공직자로의 정책 경험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발굴한 성공방정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1부에서는 저자의 열정과 정성이 따뜻하고도 교훈적으로 전해진다. 보고 들은 현장의 문제와 해결책을 직접 적용한 2부는 여타 이론서와는 다른 깊은 통찰력을 실감케 한다.

특히 2부에서는 중소기업의 영원한 경영 이슈인 자금조달 문제를 채널의 다양화와 핀포인트 지원으로 풀어가고 수출지원, 인력양성, 구조전환문제 등에 대한 정책 실례를 소개하고 있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저자가 지역 불균형 문제를 담지 않을 수 없었을 듯하다. 중소벤처진흥공단 이사장을 맡아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 중 하나가 지역산업의 혁신이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총괄했던 다양한 지역의 기업 정책을 실효성 높은 현장의 성과로 연결했다.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삶이 저자의 앞날에 중심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학문적 깊이와 현장에서 제시된 혜안은 30여년전 예사롭지 않던 저자의 또 다른 기대를 담고 있다.

▲이 종재 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논설위원. 전 경제신문 이투데이 대표. 현 공공가치연구원 대표

한국정경신문 김정훈 기자 t20003803@gmail.com 김정훈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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