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웁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해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QD OLED는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은 기술로,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정부가 한국의 디스플레스업계에 65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디스플레이 점유율 36.9%로 중국(42.5%)에 이어 2위다. 정부는 중국에 빼앗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2027년까지 탈환하는 것을 목표로 전폭적인 투자를 통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혁신적인 기술력 확보를 위해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 전략’ 발표를 통해 2027년까지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 증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등에 65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투명 디스플레이·확장현실(XR)·차량용 등 3대 디스플레이 신시장 창출과 관련해 0.3인치 이하의 XR 기기용 초소형 패널,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5년간 총 74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혁신 전략에 담겼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맞물려 삼성디스플레이의 행보가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이재용 회장이 직접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 방문에 주요 경영진들과 IT기기용 디스플레이 시장 현황, 전장용 디스플레이 사업 현황,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로드맵 등을 논의하면서 ‘미래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 올레드(OLED) 기업 이매진(eMagin)을 인수하며 ‘확장현실(XR)’ 기기에 들어갈 디스플레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매진이 보유한 마이크로 올레드 기술 중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은 확장현실(XR), 가상현실(VR) 패널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미래 먹거리로 중소형 올레드에 이어 ‘확장현실(XR)’ 패널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확장현실(XR)’ 분야에서 이매진의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더 많은 고객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확장현실 관련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장현실(XR)’ 패널에는 올레드 대신 반도체 기판을 사용하는 마이크로 올레드(올레도스 OLEDoS)가 사용된다. 일본 소니와 대만 TSMC, 중국 BOE와 메타웨이즈 등이 마이크로 올레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마이크로 올레드 개발에 한창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마이크로 올레드 연구개발은 예전부터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개발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 글로벌 시장서 혁신 기술 인정…‘한국의 디스플레이’ 입지 구축
삼성디스플레이는 또한 지난 10년간 LCD에서 OLED로 기술 전환을 이끌어오면서 오랜 기간 축적해온 독보적인 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재용 회장은 미국 실리콘 밸리의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회장과 머스크의 회동에 삼성디스플레이와 테슬라의 협업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테슬라는 2016년부터 LG디스플레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기기를 납품받아 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페라리, BMW 등에 올레드를 공급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져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또한 OLED의 미래를 보여주는 제품들을 선보인 ‘CES 2023’에서도 한층 진화된 정교한 AI 기술이 담긴 ‘QD-OLED 2023’ 등 혁신적인 OLED 제품들을 선보여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QD-OLED’는 업계 최초로 퀀텀닷(QD)를 내재화한 제품이다. 2021년 양산을 시작해 2022년 시장에 첫선을 보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대형 기술이다. 2022, 2023년 연속으로 CES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CES 2023’에서 향후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자율주행차 시장 등에 대응해 자동차용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석)’ 디스플레이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디지털 콕핏’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는 좌우가 700R로 구부러지는 벤더블(Bendable) 기술을 탑재해 운전자에게 적합한 최적의 시청거리를 확보하게 한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선방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혁신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QD-OLED’가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학회인 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SID는 ”‘QD-OLED’는 청색 자발광 픽셀 기술과 산화물TFT(Oxide TFT) 기반의 혁신적 구조를 통해 뛰어난 성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혁신 기술에 대한 우수성이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 증대로 인한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로 한국의 디스플레이 입지를 더욱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애플의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부품 자체생산’을 표방하고 나선 애플이지만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이어질 전망이 우세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애플의 부품 내재화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자사 부품 적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패널에서는 한국 업체 의존도를 최소 60% 이상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삼성디스플레이 채택 비중은 21% 수준으로, 아이폰14의 70%에 해당하는 제품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OLED 웨이퍼, 반도체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차세대 AR을 협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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